2010년 6월 28일 월요일

분실

방송사의 복도 끝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날씨는 좋았고, 리허설을 마치고 늦은 점심식사를 하러 가던 길이었다.
그리고 그날의 녹화를 잘 마치고 난 다음, 집에 돌아와서 짐을 풀어놓으면서야 비로소 수 년 동안 잘 써왔던 케이블을 그곳에 두고 와버린 것을 알았다.
그 바로 전 날, 다른 공연장에서 연주를 마치고 늘 지니고 다니던 케이블을 잃어버리고 와서 평소 아끼던 다른 것을 가지고 나갔던 참이었다. 이틀 사이에 자주 사용하던 케이블 두 개를 홀라당 분실하고 말았다.

시간을 다투는 상황이 되거나, 조금만 다급해지면 덜렁거리고 뭔가를 잃어버린다. 어릴 때에도 그랬다. 주변의 스탭들이 빨리 빨리를 자꾸 말하고 있으면 그들에게 피해를 줄까봐 서두르게 된다. 이런 일들은 여러번 있었다. 앰프 위에 담배와 지갑을 두고 와버린 적도 있었고 패치 케이블 잃어버리긴 일쑤였고 심지어 자동차 열쇠를 두고 온 적도 있었다. 대부분은 다시 되찾을 수 있었지만 이번엔 포기했다.

이제부터 주위에서 아무리 서둘러달라고 해도 느릿 느릿 내 할 일 다하고 움직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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