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화천의 어느 군 부대에서 한 여름에 훈련을 받고 있었다. 그날은 덥기도 무척 더웠는데, 기억나지는 않지만 무슨 일이었는지 강도 높은 훈련을 받고 있었다. 훈련병 시절의 거의 마지막 즈음이었던가.
진흙탕을 구르고 땀에 적셔진 옷이 다시 마를 무렵 갑자기 소나기가 왔었다. 어찌나 시원했던지. 곁에 있던 나이 든 하사관 한 사람이, "이게 양귀비다. 이쁘냐?" 라고 물었었다. 꽃이 예쁜지를 묻는 것인지 내눈에 그 꽃이 예쁘게 보이는지를 묻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꽃이니까 예쁘겠지 뭐... 그렇게 중얼거리며 허락도 없이 젖은 담배를 피웠던 것 같다.
소총에 군복, 땀냄새와 맛대가리 없는 양배추 김치, 사내들의 호르몬 과잉, 욕설과 음담들이 뒤섞인 여름날이었다. 소나기를 피하며 담배를 물고 물끄러미 바라보던 꽃 한 송이가 예뻐보이는 건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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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총에 군복, 땀냄새와 맛대가리 없는 양배추 김치, 사내들의 호르몬 과잉, 욕설과 음담들이 뒤섞인 여름날이었다. 소나기를 피하며 담배를 물고 물끄러미 바라보던 꽃 한 송이가 예뻐보이는 건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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