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25일 목요일

고양이에게 미안했다.


또 아침이 다 되어서야 집에 돌아왔다.
순이가 반갑게 문앞까지 달려나와 인사를 했다.
기지개도 한 번 펴고, 눈을 마주치며 연신 야옹거렸다.
어.. 그래, 그래... 하며 대충 대답해주고 나는 주섬 주섬 짐을 내려 두고 옷을 벗고 욕실에 들어가 문을 닫고 말았다.
특별히 피곤했어서 그랬던 것도 아니었고, 특별히 기분이 우울해서도 아니었고, 급하게 볼일을 보아야했어서도 아니었다. 그냥 평소에도 집에 돌아오면 나는 그렇게 움직여 왔었다.

화장실에서 나온 뒤 나는 생각 없이 옷을 갈아입고 악기의 줄을 교환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메일들을 읽고 뉴스를 보았다.
한참을 그렇게 하고 있는데, 문득 고양이 순이에 대한 생각이 났다.
뒤늦게 순이를 쳐다 보았다... 순이는 삐쳐 있었다.
언제부터 저렇게 하고 있었는지, 내쪽은 절대 돌아보지 않고 같은 자세로 꼼짝 않고 앉아 있었다.
이름을 불러도 돌아보지 않고, 쓰다듬으려 손을 뻗으면 고개를 돌려 피한다.
가까이 다가가 얼굴을 보려하면 다른 곳을 돌아 봤다.
하지만 다른 곳으로 가지도 않고 계속 저렇게 앉아만 있었다.
생선을 주겠다고 말해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쓰다듬고 인사해주는 것을 잊어서 미안하다고, 억지로 끌어 안아 쓰다듬고 볼을 부비고 달래어 주었다.
한참을 사과하며 안아줬더니 순이의 기분이 풀렸다.
많이 미안했다.

고양이가 혼자 집을 보게 만들지 않도록 신경을 쓰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