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5일 월요일

참사 10주기


 세월호 대참사 10주기 기억문화제에서 연주를 하고 왔다. 비가 내리던 오후, 비 때문에 진흙이 되어버린 유원지 공터에 작은 무대가 차려져 있었다. 리허설 뒤엔 차 안에서 시트를 눕히고 누워 있었다. 덕분에 허리 통증이 조금 나아졌다.

밤중에 순서가 되어 무대에 올라 갔다. 비는 그쳤지만 기온이 떨어져 추웠다. 무대 앞에 많지 않은 갯수의 간이 의자를 놓았는데 절반은 비어 있었다. 바로 옆 산책로엔 사람들과 강아지들이 오고 갔는데 이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극우 단체는 차량에 확성기를 켜고 못 되어먹은 소리를 하며 공연을 방해하고 있었다. 다들 너무 무관심하고, 일부는 아주 나쁘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연주하는 마지막 곡은 유가족 합창단들과 함께 했다. 손이 얼어 있어서 혹시라도 잘못 칠까봐 다른 때보다 힘주어 줄을 누르며 연주했다. 연주를 마친 뒤엔 나 혼자 뒤로 돌아 서서 유가족들에게 허리 숙여 인사를 했다. 허리를 숙일 때에 또 뭐가 안 좋았던 것인지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다시 허리가 아팠다.

기억하지 않으면 눈물도 흘리지 않는다고 했다. 잊지 않고 있는 것도 연대하는 방법이다. 십년이 지났지만 아무 것도 밝혀지거나 해결한 것이 없다. 잊지 않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2024년 4월 13일 토요일

성남 공연


 가족과 함께 공연장에 와 준 친구가 꽃을 선물했다. 하루 전에 꽃집 앞에서 망설이다가 돌아왔는데 이런 우연이. 마침 내가 사고 싶었던 배색으로 이루어진 꽃 묶음이었다. 고마웠다. 아내가 찍어준 사진 속에선 고양이 깜이가 향기를 맡으며 코를 부비고 있었다.

연락 없이 일찍 예매하여 공연을 보러 온 다른 친구들은 내가 서있는 자리 앞 줄에 앉아 있었다는데, 나는 이제 안경을 쓰지 않으면 객석에 있는 사람의 얼굴을 정확히 보지 못 한다. (다행이었다) 그들은 과일과 떡을 선물해 줬다. 나는 그들에게 줄 공책을 가져갔었는데 그나마도 준비하지 않았다면 너무 염치 없었을 뻔 했다. 고마워하며 받았다. 허기 진 채로 밤 늦게 집에 돌아와 떡을 맛있게 먹었다.

성남 아트센터에 여러 차례 갔었지만 오페라하우스에서는 처음 연주해 봤다. 연주자가 다녀야 하는 동선에 경사로가 없어서 악기를 실은 손수레를 끌며 계단을 오르다가 허리 통증이 시작되어 애를 먹었다. 


2024년 4월 12일 금요일

일상으로


 결국 선거 다음날 아침까지 개표 과정을 다 보고, 오전에는 뉴스를 보고 나서 오후 내내 잤다. 투표 결과를 보는 것이 마치 아는 사람들의 연주를 구경하는 것처럼 마음이 쓰였다. 그래도 다 보고 나서 개운해진 마음으로 푹 자고 일어났다.

그렇게 낮에 자버렸으니 가뜩이나 밤에 잠이 안 올텐데, 레슨을 마치고 돌아와 무슨 생각에 그랬는지 커피를 서버 가득 새로 내렸다. 그것을 조금씩 마시면서 결국 밤을 새우고 말았다. 이제 내 생활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래서 두 시간, 한 시간 씩 토막 잠을 자며 미용실에 가서 머리도 깎고, 허리 통증을 줄이기 위해 찜질도 했다.
집에 오는 길에 꽃집 앞에 서서 노래 한 곡을 다 듣는 동안 꽃을 살까 말까 고민했다. 길엔 지기 시작한 벚꽃잎이 날리고 있었다. 고민만 하다가, 꽃 대신 간식거리를 사서 집에 돌아왔다.
내일부터는 다시 공연을 하고 긴 시간 운전을 하는 일상을 시작한다. 모든 일정들을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2024년 4월 10일 수요일

선거일


 그동안 완전히 선거에 몰입하여 매일 정치 뉴스만 보고 국회의원 후보자들의 영상만 찾아보며 지냈다.

이제 투표일이다. 사전투표날 잠깐 마음이 들떠 있었지만 잘 참았다. 나는 매일 출근하는 사람도 아니니까, 되도록 정식 선거일에 투표장에 가는 것이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석 달, 넉 달 전부터 오늘을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