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3일 토요일

성남 공연


 가족과 함께 공연장에 와 준 친구가 꽃을 선물했다. 하루 전에 꽃집 앞에서 망설이다가 돌아왔는데 이런 우연이. 마침 내가 사고 싶었던 배색으로 이루어진 꽃 묶음이었다. 고마웠다. 아내가 찍어준 사진 속에선 고양이 깜이가 향기를 맡으며 코를 부비고 있었다.

연락 없이 일찍 예매하여 공연을 보러 온 다른 친구들은 내가 서있는 자리 앞 줄에 앉아 있었다는데, 나는 이제 안경을 쓰지 않으면 객석에 있는 사람의 얼굴을 정확히 보지 못 한다. (다행이었다) 그들은 과일과 떡을 선물해 줬다. 나는 그들에게 줄 공책을 가져갔었는데 그나마도 준비하지 않았다면 너무 염치 없었을 뻔 했다. 고마워하며 받았다. 허기 진 채로 밤 늦게 집에 돌아와 떡을 맛있게 먹었다.

성남 아트센터에 여러 차례 갔었지만 오페라하우스에서는 처음 연주해 봤다. 연주자가 다녀야 하는 동선에 경사로가 없어서 악기를 실은 손수레를 끌며 계단을 오르다가 허리 통증이 시작되어 애를 먹었다. 


2024년 4월 12일 금요일

일상으로


 결국 선거 다음날 아침까지 개표 과정을 다 보고, 오전에는 뉴스를 보고 나서 오후 내내 잤다. 투표 결과를 보는 것이 마치 아는 사람들의 연주를 구경하는 것처럼 마음이 쓰였다. 그래도 다 보고 나서 개운해진 마음으로 푹 자고 일어났다.

그렇게 낮에 자버렸으니 가뜩이나 밤에 잠이 안 올텐데, 레슨을 마치고 돌아와 무슨 생각에 그랬는지 커피를 서버 가득 새로 내렸다. 그것을 조금씩 마시면서 결국 밤을 새우고 말았다. 이제 내 생활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래서 두 시간, 한 시간 씩 토막 잠을 자며 미용실에 가서 머리도 깎고, 허리 통증을 줄이기 위해 찜질도 했다.
집에 오는 길에 꽃집 앞에 서서 노래 한 곡을 다 듣는 동안 꽃을 살까 말까 고민했다. 길엔 지기 시작한 벚꽃잎이 날리고 있었다. 고민만 하다가, 꽃 대신 간식거리를 사서 집에 돌아왔다.
내일부터는 다시 공연을 하고 긴 시간 운전을 하는 일상을 시작한다. 모든 일정들을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2024년 4월 10일 수요일

선거일


 그동안 완전히 선거에 몰입하여 매일 정치 뉴스만 보고 국회의원 후보자들의 영상만 찾아보며 지냈다.

이제 투표일이다. 사전투표날 잠깐 마음이 들떠 있었지만 잘 참았다. 나는 매일 출근하는 사람도 아니니까, 되도록 정식 선거일에 투표장에 가는 것이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석 달, 넉 달 전부터 오늘을 기다리고 있었다.

2024년 4월 4일 목요일

생일


 열 몇 살이 되었을 때 이후로 나는 나의 생일을 특별하게 여긴 적이 없다. 사람들은 생일을 축하하고 축하 받는다. 나는 생일을 축하하는 일을 습관 같은 것으로 생각한다.

전날 아내의 주장에 순응하여 오랜만에 함께 외출했다. 네팔식 카레와 난을 배불리 먹고 돌아왔다. 우리는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들의 생일은 모르지만 처음 만났던 순간은 기억한다. 생일이라는 것이 그 정도 의미는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