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9일 토요일

임진각

 

파주에 다녀왔다. 포크페스티벌, 7년만에 다시 가보았다. 그 해 일정과 비슷하게 다음 주엔 고택음악회에 연주하러 간다. 칠년 전엔 안동이었다. 이번엔 영덕이다.

나는 조금 일찍 출발하여 파주에서 인호형을 만나 함께 늦은 점심을 먹었다. 토요일 낮 외곽순환도로는 길이 많이 막혔다. 집에서 임진각까지 두 시간 십분이 걸렸다. 시원하게 열린 하늘엔 새 모양 연들이 날고 있었다. 탁 트인 푸른 잔디 언덕이 거기에 그대로 있었다. 이곳도 만들어진지 벌써 18년이 되었다. 공원 여기 저기에 적혀있는 평화, 통일 같은 글자도 하늘과 잔디처럼 그냥 그대로 있었다.

예상했던대로 공연시간은 지연되었고, 늦은 밤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은 관객들을 위해 준비한 것 외에 두 곡 더 연주했다. 무대 아래로 호수가 있어서 습기가 가득했다. 악기에 물기가 맺혔다. 악기를 말리기 위해 자동차에 악기가방을 싣고 지퍼를 열어 놓았다. 돌아올 때엔 아는 길이라고 생각하여 내비게이션 앱을 켜지 않았다가 하마터면 길을 잃을 뻔 했다. 급히 앱을 켜서 제대로 길을 찾은 뒤엔 마이클 브렉커의 Pilgrimage 앨범을 들으며 운전했다.

2023년 9월 8일 금요일

늦여름


 아직 덥지만 해가 지고 나면 선선한 바람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습도와 기온이 조금 낮아지니까 고양이 식구들은 낮 시간을 즐기고 있다. 이지는 혈당수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서 인슐린 주사를 한 번씩 건너뛰어보기도 하였다.


짤이와 가까이 드러누워 올 여름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거짓말이다)


다 모르겠고 나는 뒹굴며 놀으련다, 라는 태도인 깜이는 낮동안 볕을 쬐다가 그늘에 숨기를 반복하여 지냈다.


2023년 9월 7일 목요일

논산 공연


음악을 들으며 논산을 향해 운전했다. 올해엔 분기별로 메탈리카, 팻 메스니, 에릭 클랩튼의 새 앨범들이 제일 좋았다. 세 장의 음반이 다 끝나기 전에 공연장에 도착했다. (이름만 보면 삼십년 전 어느 해의 음악 이야기 같다) 

극장 길 건너편에 샌드위치 가게가 보였다. 아직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그것이 먹고 싶어져서 주차장에서 만난 민열이에게 제안을 했다가, 이미 도시락이 준비되었다는 말에 거두었다. 하늘은 맑고 전봇대 위엔 새 한 마리가 앉아 볕을 쬐고 있었다.


이틀 전부터 살짝 허리에 통증이 느껴져서 일부러 가벼운 악기를 가지고 갔다. 14년 된 내 Moollon J-Classic 은 피니쉬가 군데 군데 벗겨지고 바디에 상처도 많이 났지만 소리는 더 좋아졌고 여전히 연주하기 편하다. 가벼워서 두 시간 넘게 연주를 한 뒤에도 덜 힘들었다.

체중이 불어서 몸이 유선형으로 되어버렸다. 몇 킬로그램 늘어나니 무릎에 무리가 생기는 기분도 든다. 이 날엔 유난히 관절에도 통증이 있고 양쪽 손목도 아팠다. 몸에 파스를 붙이고 있었다. 사진에 담긴 모습은 자세도 불편해 보인다. 다음 달까지 이어지는 일정들을 잘 해내려면 살을 빼고 잠을 잘 자둬야겠다.


공연을 마친 후 악기를 챙겨들고 그대로 주차장에 가서, 자동차 시동을 걸고 집으로 출발했다. 무엇 때문인지 연주 도중에 조짐이 느껴지더니 집에 도착할 즈음엔 잇몸이 살짝 부어있었다.

책상 앞에 앉아서 대표팀과 웨일즈의 친선경기 중계를 보겠다고 버티다가, 결국 깊이 잠들어버렸다.

2023년 9월 5일 화요일

흙과 초록

 

시골집엔 나비가 가득 날아다녔다. 덥고 습한 오후에 나비들도 사마귀들도 개구리들도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다.


있으면 먹는 호박과 있어도 잘 먹지 않는 호박잎을 잔뜩.


그리고 오이와 가지를 봉지에 담아 받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