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20일 일요일

재즈 기타 앨범


 

작년에 애플뮤직에서 하모니카 연주자 Toots Thielemans 을 기리는 듀엣 앨범을 발견했다. 이 듀엣 앨범에 담겨있는 연주들이 좋아서 한동안 자주 듣고 있었다. 한동안  새로운 재즈 연주자를 모른채 지냈었다. 자주 찾아보지 않으면 새로운 음악인들의 이름을 하나도 모르게 된다. 나에게는 Yvonnivk Prene이라는 하모니카 연주자의 이름도 생소했지만 기타리스트 Pasquale Grasso 도 낯설었다. 그 음반을 시작으로 나는 이 기타리스트의 연주를 좋아하게 되어 가끔 앨범들을 찾아 들어보고 있었다.

올해에 나왔던 좋은 재즈 음반들 중에서 솔로 기타 연주로 열 두 곡이 담겨있는 Pasquale Grasso 의 이 앨범 Solo Masterpieces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음악을 듣다 보면 특정한 쟝르 음악 연주자에게 매료되는 순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쟝르만의 언어를 그대로 이어 받으면서 자신의 음악성과 악곡에 대한 새로운 태도가 드러나는 연주를 마주치게 되면 조금 바쁜 일이 있어도 우선 잠자코 앉아서 음악이 끝날 때까지 듣게 된다.  이 앨범의 모든 곡이 그랬었다. 파스쿠알레 그라소의 테크닉도 놀랍지만 스탠다드 재즈 음악들을 해석하는 그의 연주는 재즈 기타라고 하면 떠올릴 수 있는 모든 연주자들의 좋은 점을 모아 놓은 것 같았다.

피크와 손가락을 동시에 모두 사용하는 그의 주법은 특별하거나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파스쿠알레 그라소는 완벽한 연주자들이 그렇듯 현을 퉁기는 모든 피킹이 다 자연스럽다. 그는 오른손 새끼 손가락까지 자유롭게 사용할뿐더러 그 힘이 센데, 그 덕분에 순간 순간 더 풍부한 기타 화성을 들을 수 있는 것 같다. 그가 사용하는 기타가 특이하여 검색을 해봤다. 프랑스의 기타 장인인 Bryant Trenier라는 사람이 만든 것이었다. 고전적인 설계로 보이는 외관에 모두 수작업으로 악기를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 파스쿠알레 그라소가 사용하는 기타는 트레니에가 그를 위해 만들어 준 파스쿠알레 그라소 모델 (Modello Pasquale Grasso)이었다. 핑거 레스트가 없는 대신에 콘트롤 노브가 브릿지 부분에 달려있는 점이 좋아 보였다. 바디에 따로 구멍을 뚫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간단한 수리가 필요할 때에도 편리할 것 같았다.  http://www.trenierguitars.com/

파스쿠알레 그라소는 2019년 하반기 동안 솔로 기타 음반으로만 네 개의 디지털 EP 를 발표했었다. 그 후에 세 장의 음반들이 더 나왔다고 했다. 나는 아직 전부 다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각 앨범의 제목을 보니 모두 스탠다드 재즈와 위대한 연주자들의 작품들을 연주한 것 같다. 올 겨울에는 그의 연주들을 모두 다 들어보고 싶다. 나는 솔로 기타로 연주되는 재즈 음악은 어쩐지 겨울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왔는데, 그것은 아마 내가 처음 Wes Montgomery의  CD를 구입하고 재즈 기타에 깊이 빠져들었던 계절이 겨울철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파스쿠알레의 이 앨범은 녹음된 전체 사운드도 좋고 악기의 음색도 좋다. 그 사운드는 조 패스처럼 너무 날카롭지도 않고 짐 홀처럼 너무 슬프지도 않다. 어느 날 하루를 골라 스피커로 크게 틀어두고 들어보고 싶은 앨범이다. 그의 스탠다드 시리즈들은 오래된 재즈팬 뿐 아니라, 이제 막 재즈 기타를 듣기 시작했거나 스탠다드 재즈 음악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아주 좋은 음반들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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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항상 그랬었지만 음반이나 음원을 유통하는 회사는 일을 대충 하는 경향이 있다. 지니뮤직에서 위의 음반은 '애시드/퓨젼'으로 표시되고 있었다. 틀린 분류이다.

2020년 12월 15일 화요일

겨울, 고양이 생각

 


갑자기 추워졌다. 일기예보가 알려줬던 것처럼 영하 10도로 기온이 내려갔다. 눈이 내렸었고 강원도 북쪽에는 한파경보가 내려진다는 뉴스도 보았다. 감염병은 더욱 확산하고 있다.

4년 전 이 즈음에, 지금 내 곁에서 칭얼거리며 잠투정을 하는 까만 고양이가 나와 아내에게 이제부터 우리와 함께 살겠다고 선언했다. 유난히 추웠던 11월 밤중의 일이었다. 우리 두 사람이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아직 이름이 없었을 어린 고양이를 부르자 얘는 고민도 없이 다가와 우리에게 몸을 부비며 끙끙 소리를 내었다. 결국 고양이를 품에 안고 데려와 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하고 몸을 씻기고 키우기로 한 것은 아내와 내가 맞긴 하지만, 나는 그날 밤 이 고양이가 절박한 심정으로 '선언'을 했던 것이었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나는 당신들과 살아야겠다.' 라고. 추워진 11월이 다시 찾아오자 나는 그날 밤 까만 고양이 까미를 만났던 일이 기억났다.

까미는 아주 말이 많고 걸핏하면 투정을 부리는 어린이 고양이가 되었다.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언니 고양이들에게 심한 장난을 걸고 얻어 맞는 일도 매일 하고 있다. 그리고 간식이 생각날 때에는 우리를 만났던 그날 그랬던 것 처럼 단호하고 당당하게 먹을 것을 요구한다. 가끔은 정말 배가 고픈 것이 맞는지 의심스럽다. 어쨌거나 아주 분명하고 강한 어조로 사람에게 간식을 내놓으라고 할 때 마다, 나는 까미가 언변 좋은 대중연설가의 기질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는 올해 여름에 사랑했던 고양이 꼼이를 잃었다. 아직 반 년도 지나지 않았다. 떠나고 없는 고양이를 매일 매일 몇 번씩 떠올리며 여름과 가을을 보냈다. 꼼이는 내 결혼의 시작과 함께 우리와 살게 되었었다. 고양이 꼼이는 언제나 우리 두 사람을 웃게 했다. 하얀 고양이 꼼이는 애정을 표현할 때에도, 말썽을 부릴 때에도, 즐거워 뜀박질을 하거나 나른하게 마냥 졸고 있을 때에도 귀엽고 예뻤다. 나는 고양이 꼼이에게 행복을 빚진 채 그를 떠나 보냈다.

고양이 까미가 우리와 만났던 그 해 여름에는 고양이 순이가 세상을 떠났다. 순이와 가장 친했던 꼼이는 그로부터 꼭 4년 후에 순이가 떠난 곳으로 갑자기 가버렸다. 지난 달에 나는 예상하지 못했던 일을 겪고 응급차에 실려 병원에 갔었다. 병실에 누워 움직이지 못하며 잠깐씩 잠들었다가 깨어나기를 반복했던 날, 나는 떠나고 없는 내 고양이들을 한참 생각했다. 그리고 새삼, 각자의 시간은 결국 별안간 멈추기 마련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내와 나의 전화기와 시계에는 항상 우리의 곁을 떠난 고양이들의 사진이 보여지고 있다. 곁에 없는 고양이를 그리워 하다가, 지금 곁에 있는 고양이들을 껴안고 얼굴을 부벼 보기도 한다. 나는 더 쓰다듬어도 좋다며 그르릉 소리를 내는 고양이를 안아 편안한 자리에 눕히고 책상 앞으로 돌아와, 이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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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3일 목요일

맥 오에스 업그레이드.

 



맥 오에스를 버젼 11로 업그레이드 했다.

맥 오에스 텐이 나왔던 것이 19년 전의 일이니까, 거의 이십여 년만에 새로운 버젼이 나온 것이다.

업데이트가 아니라 새로운 오에스로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선 내가 사용하는 오디오 인터페이스와 제대로 호환이 되는지 확인해야 했다. 나는  https://www.pro-tools-expert.com/ 에서 정보를 얻었다. 그 페이지는 지금도 매일 새로운 정보가 업데이트 되고 있다. 내가 사용하는 기기는 이제 구형인데, firewire 를 애플에서 나온 커넥터로 연결하여 쓰고 있다. 다행히 제대로 잘 작동한다고 나와 있었다. 이제 이것을 마지막으로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바꿔야 할 것 같다. 이제는 지나간 과거의 기술인 1394 - firewire 기기들을 엔지니어들이 더 이상 개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는 내가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들이 온전히 작동할 것인지 관련 정보를 찾아 봤다. 애플에서 나온 프로그램 외에 내가 따로 구입했던 것들 모두 이미 새 맥 오에스에 호환되도록 업데이트가 되어 있었다.

그러면 이제 백업이 남았다. 타임머신 기능을 쓰고 있으니까 우선 안심할 수 있었고, 맥 오에스 업그레이드는 설치가 끝나도 사용자가 이전에 사용하고 있던 모든 앱들과 설정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너무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그래도 혹시 유실되거나 없어지는 파일이 생길까봐 필요한 폴더들은 아이클라우드로 백업하고, 작은 파일이 가득 담긴 것들은 외장하드에 넣어 뒀다.

우선 가지고 있는 맥북프로가 업그레이드에 해당하는 기종인지 확인하고, 시험삼아 먼저 맥북에 업그레이드를 설치했다. 다른 일을 하다가 설치가 끝난 후 재시동 되는 맥북을 지켜보았다. 깔끔하게 업그레이드 된 것을 확인하고, 이제 책상 위의 아이맥에 설치를 시작했다. 다음 날 해야 하는 수업 준비를 하던 중이었는데, 아이맥에 오에스가 설치되는 동안 작업하던 것을 그대로 맥북 프로에 가져와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새 오에스는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 직전의 마지막 오에스 텐 버젼이 워낙 답답한 문제가 많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쾌적하게 느껴졌다. 세세한 디자인과 기능들도 괜찮았지만 가장 반가왔던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매킨토시 시동음이 되살아난 것이다. 2년 전에 그 시동음이 사라졌을 때에 적어뒀던 글이 있었다. 그 사운드가 사라진 것이 아쉽다며 시동음 파일도 함께 올려두었었다. https://choiwonsik.blogspot.com/2018/08/blog-post_66.html

오에스 설치가 끝나고 컴퓨터가 재시동 되면서 그 시동음을 들었을 때에 기분이 아주 좋았다. 새 시동음은 피치가 조금 더 낮아진 것 같은데, 그런대로 묵직하게 느껴져서 좋았다. 터미널을 사용하여 굳이 시동음이 나오지 않도록 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그 소리를 듣고 싶어했던 나에게는 필요 없는 팁이었다.

백업을 하고, 수업 준비물을 만들고, 오에스 설치를 지켜보고 있느라 그만 너무 오래 앉아 있었다. 다시 몸에 통증이 느껴져서 얇은 이불을 깔아 둔 바닥에 길게 누웠다. 이제 밤 새워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생활도 하지 않아야 좋다고 생각을 했으면서도, 조금 몸이 나았다고 금세 잊고 원래의 패턴대로 하루를 보내버렸다. 지금 고작 컴퓨터 사운드를 듣고 좋아할 때가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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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24일 화요일

선택 지지 편향.

로직 프로 10.6 업데이트

 


로직 프로가 10.6으로 업데이트 되었다.

업데이트 파일이 공개된 것은 내가 낮에 학교에서 쓰러져 응급차에 실려 병원에 드러누웠던 그 날이었다.

이제서야 컴퓨터를 켜고 정리를 시작하다가 뒤늦게 업데이트를 완료하고 추가적으로 필요한 파일들을 모두 다운로드 했다.

몇 가지 좋아진 기능들이 있는데, 그 중에 가장 반가운 것은 훨씬 다양해진 샘플러였다. 나에게는 십 몇 년 전에 구입하고 모아둔 악기 샘플 파일들이 있는데, 그동안 제대로 사용해 볼 수 없었다. 강화된 샘플러 기능 덕분에 하드디스크에 담아두기만 했던 이제서야 나는 그 야마하 드럼 샘플들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결과물의 품질도 좋아서 무척 마음에 들어하고 있다. 아직 책상 앞에 오래 앉아있을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더 많이 다뤄보지는 못하고 컴퓨터를 꺼야 했다.

내가 우리나라에서 윈도우즈 컴퓨터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매킨토시만 써온지  삼십 년이 다 되었다.  MS-DOS 시절 이후 나는 당시 매킨토시의 오에스 이름이었던 맥 시스템이 나에게 잘 맞는 오에스인 것을 알았고, 지금까지 매킨토시 이외의 컴퓨터는 사용하지 않고 지냈다. 그것을 자랑할 일은 아니다. 

어떤 도구를 꾸준히 사용하려면 그것을 다루는데에 능숙해져야 한다. 컴퓨터의 오에스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도구라면 꾸준한 공부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에 시간을 쓰고 때로는 몰입하여 배우지 않으면 불필요한 낭비가 발생할 수 있다. 보통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불평만 하는 사람들은 말하자면 망치질을 하다가 제 손을 때린 후 화풀이로 도구를 집어 던지는 사람과 비슷하다.

또 사람은 어떤 선택을 하고 나면 그것이 가장 옳은 선택이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경험에 갇힌채 새로운 것에 대한 공부가 모자란 경우에, 사람은 자신이 틀렸을 가능성을 조금도 인정하려 하지 않게 된다. 그렇게 되면 어떤 것을 결정하여 실행에 옮긴 다음 그것이 망쳐졌을 때에 자신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화를 낼 대상을 먼저 찾고 그것을 희생양으로 삼는다.

'맥 오에스는 제 때에 업데이트 하지 않는 것이 진리', '맥 오에스를 최신으로 업데이트 하면 사용하던 것을 하나도 못쓰게 된다' 와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그 결정이 옳다고 스스로 굳게 믿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도 자꾸 전파하려고 한다. 조금 비약하자면 지구평면설을 주장하거나 비이성적인 광신도의 처음도 그렇게 시작되는 법이 아닌가 한다.

나는 맥 오에스를 항상 최신으로 유지하고 있고, 그것은 보안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오에스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되어지는 것은 이제 주기적인 일이므로, 사용하고 있는 써드파티 프로그램들이 새로운 오에스에 잘 호환되도록 함께 업데이트 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항상 필요하다. 더 이상 새 오에스를 지원하지 않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그것을 위해 오에스의 업데이트와 업그레이드를 보류하거나 포기해야 할 수도 있지만, 더 나아진 성능으로 매일 하는 작업을 계속 하고 싶다면 언제나 새로운 선택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에는 당연히 물질적이거나 두뇌를 사용해야 하는 비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언제나 최신 부품으로 컴퓨터를 조립하려고 하는 성실함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게임을 즐기기 위하여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내가 매일 사용하는 컴퓨터 오에스는 이제 모바일의 iOS와 가능한 닮아가기 위해 변화 중이다. 점점 컴퓨터는 덜 켜게 되고 iOS 기기는 이미 항상 몸에 지니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지식만 가지고는 변화하는 도구들을 문제 없이 다루기 어렵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어떤 오에스나 어떤 기기가 더 발전하고 나아진다고 하더라도 '업데이트 하면 망한다' 라는 말을 복음처럼 전파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