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16일 금요일

동네에서 만난 고양이.


아내와 함께 동네에 나갔다가 상점 앞에서 이 고양이를 만났다.
졸고있던 고양이에게 말을 걸었더니 반가와하며 인사를 해줬다.
그 곁에 사료와 물, 정성껏 만들어준 집도 있었다. 십여년 전과 비교하면 길고양이들을 챙겨주는 분들이 아주 많아진 것은 사실이구나, 했다.

머리가 많이 아파서 진통제를 먹었다.
밤중에는 부모님 집에 들렀다. 가는 길에 빵집에서 식빵 두 개와 팥이 들어있는 빵을 샀다. 빵봉지를 받아든 엄마는 마침 먹을 것이 없었다며 반가와했다. 돌아올 때엔 식빵 한 개를 굳이 도로 가져가라고 하여 다시 들고 나왔다.

지난 주에 아내가 다급하게 구조했던 새끼 고양이는 그만 죽고 말았다. 새벽에 그 전화를 받고 동물병원에 다녀왔다. 일주일 동안 입원하며 살도 불었고 건강해져서 살아날 수 있을줄 알았었다. 결국 폐렴증상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마음이 아팠다. 아내가 엊그제 풀숲에서 데려와 임시보호자에게 맡긴 고양이들은 매우 건강하다고 했다. 잘 뛰어놀고 둘이 함께 꼭 붙어서 잘 잔다고 들었다.

깊은 밤, 일부러 내집의 고양이들을 일일이 찾아 쓰다듬어줬다.
말복이 지났다고도 하고 곧 입추라고도 한다.
추석이 다가오는 것이 신경쓰이지만 세상의 일들이 신경을 쓴다고하여 달라지거나 반드시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힘내어 각자 잘 살아가면 그것으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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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12일 월요일

제천에서 공연.


내가 사는 동네에는 바람이 불고 비가 많이 왔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오늘 돌아다녔던 도로와 공연장 부근은 맑았다.
오후에 출발하여 이제는 낯익은 길을 따라 제천의 청풍호 부근에서 윤기형님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약속시간에 맞춰 멤버들의 차량이 동시에 모두 모였다. 리허설을 할 때에 음향이 좋지 않아 오늘밤 공연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악기의 상태도 나빴다. 공연이 시작되었고, 역시 연주하기 힘든 상황이 이어졌다.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없어서 무대 위의 사람들을 번갈아 쳐다보며 연주해야했다.
제천 영화제에는 이전에도 몇번 출연하여 연주했었다. 기억에 남는 좋은 공연도 있었는데 오늘은 실망스러웠다.

리허설 후에 주최측에서 마련해준 호텔에 들어가 편안히 낮잠을 잤다. 고마운 숙소였다. 그 덕분에 피로가 많이 풀렸다.


공연을 마치고 전화기를 확인해보니 아내가 두달 남짓 돌보고 있던 아기 길고양이 형제를 데려와 임시로 보호해줄 분에게 잘 맡겼다고 했다. 함께 보내온 사진을 보니 두 마리 모두 건강한 모습이었다.

집에 돌아온 후 눅눅해진 악기를 대충 닦고 스탠드에 걸어뒀다.
듣고싶어서 쟁여둔 음악이 많고 읽고싶어서 모아둔 책들이 많은데 하루가 짧다.
커피를 한 번 더 내려 마시려다가, 이제부터는 가능한 잠을 충분히 자두자고 생각하여 그만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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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8일 목요일

잠을 자고, 세차도.


많이 잤다. 충분히 자고 일어나보니 오후였다.
여전히 무덥고 습했다.
커피를 내리고 청소를 하면서 기억나는 것을 더 잘 기억하려고 메모를 해뒀다.

자동차의 실내를 청소하고 싶어서 세차장에 들렀다. 어딘가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차량의 내부가 조금 깨끗해졌다.
저녁에 고양이 이지가 내 근처에서 머물며 졸기도 하고 놀기도 했다.
최근에 이지가 자주 토하는 것이 걱정스러웠다. 그래서 이틀 전에 아내와 함께 이지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다녀왔다. 혈액검사를 하고 방사선 촬영을 했다. 항구토제를 사서 먹였고 피하수액 주사도 맞췄다. 그 후 몸이 편안해졌는지 다시 잘 놀고있다. 표정도 좋아보인다.


고양이 이지는 계속 나의 등뒤에서 나를 보고있었던 것인지 내가 뒤를 돌아볼 때마다 눈이 마주쳤다. 혹시 소란스럽거나 너무 밝아서 못자고 있는 것인가 하여 등 한 개를 꺼주고, 스피커를 끄고 헤드폰을 머리에 썼다. 잠시 후에 다시 바라보니 몸을 길게 편채로 쿨쿨 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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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3일 토요일

부산에 다녀왔다.


다대포 해변에서 공연했다.

아침 일찍 서울역에서 열차를 타고 부산으로 가는 중에 읽던 책의 나머지 부분을 절반 읽었다. 오후에는 리허설을 마치고 에어컨을 틀어둔 커피집 테이블 앞에 앉아 책의 뒷부분을 마저 다 읽을 수 있었다. 우연히 발견한 책이었는데 흥미로왔다. 피터 싱어의 '더 나은 세상'이라는 책으로, 원제는 Ethics In The Real World 였다.
요즘 생각해봤던 주제들이 그 책 안에 많이 담겨있었다. 어떤 사람은 살아가면서 더 배우려는 태도를 지니지 않으려 애를 쓰기도 한다. 그런 사람은 자신의 경험 속에서 굳혀놓았던 생각이 사실과 위배될 때에 혼자 절망하는 모양이다. 절망만 하면 괜찮은 편인데 그런 감정은 쉽게 혐오와 분노로 튀어나온다. 피로하지만, 그런 사람들이라고 해도 어쨌든 대화는 해야한다.

화요일 밤부터 꼬박 하루를 못자고, 그 다음날에 조금 잤다가 어제 다시 한숨도 못잤다.
다대포 앞은 무덥고 습했다. 고운모래가 가득한 해변이었지만 수면부족과 불면으로 몸을 쉴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했다. 무대 위의 음향상태도 좋지 않았다. 가능한 체력을 잘 안배해야했다.

밤중에 돌아올 때에 열차가 늦게 출발했다. 나중에 뉴스를 보니 너무 기온이 높아 선로가 가열되어 고속열차들이 여러 곳에서 지연되었다고 했다.
새벽, 서울역에서 집으로 돌아갈 때엔 음악을 꺼두고 자동차의 유리문을 열어둔채로 달렸다.
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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