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8일 토요일

식구.


아내는 몇 주째 부친의 병원에서 간병생활을 하고있다. 가끔 집에 오면 고단하여 그대로 잠을 자고 일어나자마자 다시 병원으로 가고있다.

밤중에 병원에서 아내와 함께 커피를 나눠 마시고, 인사를 하고 집에 돌아왔다.
책상 앞에 앉았다가는 시간을 오래 소모할 것 같아서 식탁에 맥북을 펴두고 글을 썼다.
깊은 밤, 다른 고양이들은 모두 자고있는데 고양이 깜이는 내 곁을 떠나지 않고 불편한 자리에서 졸다가 깨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꼭 먼 옛날에 내 고양이 순이가 그랬던 것처럼.
나는 깜이의 구겨진 한쪽 귀를 만져주며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고양이가 내는 그르릉 소리가 조용한 집안에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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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2일 일요일

일요일.


오전에 고양이 꼼이가 나를 깨워줬다. 기특했다.
그릇에 사료와 물을 채워줬다. 고양이 이지는 아내가 집에 없어서인지 간식을 내어줘도 좀처럼 먹지 않고있다.
아내는 부친이 입원해있는 병실에서 지내고 있다.

청소를 하고 수건을 세탁했다.
오후에 아내에게 가져다줄 물건들을 챙기고 옷을 갈아입고 있는데 친구가 전화를 했다. 일을 하러 외국에 가있었는데 순조롭지 않은 상황이 되어서 예정보다 일찍 귀국을 할 것 같다고 했다.

고양이 꼼이와 깜이는 창가에 날아와 앉은 비둘기를 구경하며 시간가는 줄 몰라했다.
나는 조용히 집에서 나와 병원으로 향했다.


2019년 5월 27일 월요일

푹 잤다.


길게 잤던 것은 아니었다.
아마도 피곤하여 잘 잤을 것이다.

커피를 만들고 얼굴을 씻었다. 오랜만에 집에서 잠을 잔 아내는 커피를 손에 들고 고양이와 함께 창가에 앉아있었다.

하루 전 공연 덕분에 정신이 개운해졌다. 자리에 앉아 악기연습을 오래 했다.
이제 학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전공레슨 시간에 학생들에게 나눠줄 악보를 만들었다. 내일부터 사흘 동안은 수업을 준비할 시간이 없을 것이어서 오늘 레슨 준비를 많이 했다.

저녁에는 떡볶이를 주문하여 먹었다. 아주 매운 것을 먹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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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숨을 쉰 기분.


집안의 어려운 일들이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길어지고 있다.
기대하는대로 되어지는 것은 없고 계속 힘들었다. 자고 일어나면 또 다른 힘겨운 일이 생길지도 몰라서 긴장하며 보내기도 했다.

연주를 하기 전에 잠시 느긋하게 앉아있었다. 공연을 마치고 밤공기를 쐬었다. 서울 합정동의 대기가 맑지 않았을텐데 가슴이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 더 오래 연주를 하며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제의 공연은 잠깐 숨을 쉰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