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1일 금요일

구형 아이폰으로 CCTV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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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라는 앱이 있다.
스마트폰에 내장되어 있는 카메라를 이용하여 CCTV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앱을 칭찬하고 싶다.


전에도 생각은 해보았지만 크게 필요하다고 여기지 않았었다. 최근에 순이를 간호하게 되면서 사람이 집을 비운 사이에 우리집 고양이들이 잘 지내고 있는지 보고 싶어졌다. 사용하지 않는 구형 스마트폰을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목적에 잘 맞는 앱을 찾았다.


이미 이런 종류의 앱은 여러가지가 나와있었다. 몇 개를 찾아서 사용해보았다.  Alfred는 그중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다. 구글계정을 이용하여 카메라로 사용할 기기와 모니터로 사용할 기기를 연결하는데에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아이팟 기능으로 가지고 다니던 아이폰 4S를 카메라로, 아내와 내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아이폰들을 모니터로 설정했다.

바깥에서 집안의 카메라를 제어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플래쉬를 켜고 끄거나, 움직임을 감지하여 녹화를 해둘 수 있고, 어두워지면 야간모드를 끄고 켤 수도 있다. 그 동작이 매우 빠르고 조작하기 쉬웠다. 마이크를 끄고 켤 수 있어서 집안의 소리를 들어볼 수도 있었고, LTE 환경에서도 동작에 문제가 없었다.


며칠 동안 움직임 감지기능을 이용하여 녹화된 화면을 보았다.  우리가 집을 비운 동안 순이는 많이 자고 밥과 물을 먹고는 기분좋게 기지개를 펴고 있었다. 집에 사람이 없는 동안에 고양이들은 더 많이 잠을 자고, 사람이 함께 있으면 자주 돌아다니며 놀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장난 많은 꼼이 다른 고양이를 괴롭히는 장면, 그러다가 사람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시치미를 떼는 모습들이 전부 기록되었다.

집을 오래 비우는 날에는 집에 있는 오래된 아이패드 두 개를 마저 연결하여 곳곳에 CCTV처럼 두고 활용하려고 한다. 사용하지 않는 구형 스마트폰을 더 구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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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27일 월요일

공연준비

칠월의 공연에 사용할 페달들을 다시 배열했다.
한참 동안 이펙터들을 들고 다니지 않았었다. 다가오는 몇 번의 공연에는 사용할 필요가 생겨서 한 개씩 다시 연결하고 패치케이블도 확인해보았다.
짧은 프레이즈를 루프 페달에 담아 계속 재생하면서 이펙터의 조합을 바꿔가며 음색을 만들었다. 그대로 녹음하여 드럼 사운드와 섞어보며 몇 가지의 것을 골랐다.
오늘 저녁에 예정된 합주에는 사용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다음 주 부터는 다시 예전처럼 이동할 때마다 짐이 많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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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합주때에 페달보드를 가져가서 사용했다.
의도했던대로 소리가 나와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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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자전거 타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지금도 그것은 변함없이 좋다.

지난 해에는 4월이 되기도 전에 장갑과 두건을 착용하고 아직 남아있는 추위를 견디며 자전거를 탔다. 지금은 6월 말, 올해에는 한번도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넣어보지 않았다. 아침에는 먼지가 잔뜩 앉은 자전거들을 쳐다보기만 하다가 나중에 깨끗하게 정비나 해둬야지, 하고 돌아섰다.

고양이가 아팠는줄도 모르고 몇 년 동안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나는 즐거워했었다. 자전거를 볼 때 마다 고양이에게 미안한 감정과, 내가 해야할 일을 하지 않고 노느라 정신이 팔려 나의 책임을 방기해버렸다는 자책이 들었다. 봄에는 집안의 어려운 일들이 나의 직무유기처럼 느껴졌고, 지난 겨울에는 내가 해왔던 일들이 모두 실패해버렸다는 생각에 나의 즐거움을 위해 시간을 사용하는 것이 죄스러웠다.

나는 타고난 기질이 대범하지 못하고 대부분의 일 앞에서 쉽게 움츠러든다. 고양이는 아플 수 있는 것이고, 사람은 일상의 일들을 다 챙기지 못하면서도 살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좋지 않은 일들은 나만의 책임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해도 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의 죄책감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저질렀던 것들 때문에 벌어진 일들에 대하여는 후회하고 반성하며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지만, 해야할 것을 하지 않았던 것 때문에 주변의 일들을 망쳤다는 생각은 나를 괴롭힌다.

자전거를 이렇게 오래 방치해둔 적이 없었다. 나 때문에 아내의 자전거도 버려진 목마처럼 기울어진채로 먼지를 덮고 있다.
이번 주에는 자전거를 닦고 구멍난 바퀴의 튜브도 교환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우선은 아내의 것만이라도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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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21일 화요일

순이가 잘 견뎌주고 있다.

다시 눈망울이 초롱초롱해졌다.
나흘 전에 순이와 함께 다시 병원에 방문했다.
진료를 받고, 방사선 촬영을 다시 하고, 혈액검사를 했다. 그리고 다시 두 주일 분의 약을 사왔다.
혈액검사 결과 지난번처럼 모든 수치가 정상이었다.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흉수가 차있었던 폐의 부분도 보름 전 보다 조금 더 나아졌다.
종양에 대하여는 좋은 진단을 듣지 못하여 낙심했다. 다시 건강했던 모습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까, 하고, 나는 여전히 바라고 있었다. 고양이 순이가 더 많이 아프지 않게 된 것 만으로도 안심하고 고마와해야 할텐데 나는 욕심을 버리지 못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순이가 아내와 놀기도 하고 더 활발해진 모습을 보였다. 그러더니 집에 와서는 자꾸 나가게 해달라고 보채고 있었다. 현관문을 열어주면 다시 사람을 쳐다보면서 함께 나가자고 했다.
결국 아내가 순이를 품에 안고 그날만 세 번이나 동네를 산책하고 왔다고 했다. 밖에서 일하는 도중에 아내가 사진을 보내왔다. 순이와 함께 동네의 벤치에 앉아서 찍은 사진이었다. 현관 앞에서 문을 열어달라고 떼를 쓰는 순이의 동영상도 보내왔다.

고양이를 잘 돌봐주고 있는 아내에게 고마왔고, 잘 견뎌주고 있는 고양이에게도 고마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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