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27일 월요일

자전거


자전거 타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지금도 그것은 변함없이 좋다.

지난 해에는 4월이 되기도 전에 장갑과 두건을 착용하고 아직 남아있는 추위를 견디며 자전거를 탔다. 지금은 6월 말, 올해에는 한번도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넣어보지 않았다. 아침에는 먼지가 잔뜩 앉은 자전거들을 쳐다보기만 하다가 나중에 깨끗하게 정비나 해둬야지, 하고 돌아섰다.

고양이가 아팠는줄도 모르고 몇 년 동안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나는 즐거워했었다. 자전거를 볼 때 마다 고양이에게 미안한 감정과, 내가 해야할 일을 하지 않고 노느라 정신이 팔려 나의 책임을 방기해버렸다는 자책이 들었다. 봄에는 집안의 어려운 일들이 나의 직무유기처럼 느껴졌고, 지난 겨울에는 내가 해왔던 일들이 모두 실패해버렸다는 생각에 나의 즐거움을 위해 시간을 사용하는 것이 죄스러웠다.

나는 타고난 기질이 대범하지 못하고 대부분의 일 앞에서 쉽게 움츠러든다. 고양이는 아플 수 있는 것이고, 사람은 일상의 일들을 다 챙기지 못하면서도 살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좋지 않은 일들은 나만의 책임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해도 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의 죄책감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저질렀던 것들 때문에 벌어진 일들에 대하여는 후회하고 반성하며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지만, 해야할 것을 하지 않았던 것 때문에 주변의 일들을 망쳤다는 생각은 나를 괴롭힌다.

자전거를 이렇게 오래 방치해둔 적이 없었다. 나 때문에 아내의 자전거도 버려진 목마처럼 기울어진채로 먼지를 덮고 있다.
이번 주에는 자전거를 닦고 구멍난 바퀴의 튜브도 교환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우선은 아내의 것만이라도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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