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4일 화요일

이번 선거


얼마전 어느 학교의 수시입시 필기시험 문제중에서, 정답이 나오지 않는 이상한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수험생들이 시험시간 내내 이의를 말하고 설명을 요구했지만 시험감독관들은 별 이상이 없는 문제라고 우기고 있었다고 했다. 결국은 시험종료 5분 전에 시험감독 선생들이 다급하게 문제가 잘못되었다며 정정을 해주고, 이미 답을 기입해버리고 말았던 학생들을 위해 대책을 마련해줬다고 들었다.
음표에 #이 한 개 빠져있는 것이 그렇게 심각해질 수 있다.

누구에게나 참정권이 주어지는 것이 옳다,라고 우리는 생각하도록 되어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길고 긴 역사를 통해서 인류가 기껏 배웠다는 것이 '개나 소나 투표하는' 훌륭한 제도인거구나, 라는 생각도 함께 한다.

정답이 없는 객관식 문제를 내어놓고 유권자들에게 답을 고르라는 것은 옳지 않은 짓이다. 거기에다가 간단 명료한 문항에 대한 답의 예시라는 것이 무려 열 두 개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하나같이 어처구니 없는 퀴즈다. 넌센스 문제가 아니고서야 그 열 두 개 중에 정답이 있을까싶을 정도다.
풀리지 않는 객관식 문제를 해결하는 고전적이고 유치한 방법을 사용하여, 우선은 말도 안되는 답들을 일단 지워나가보자....라고 한다면, 결국 다 지워야 할 지경이다. 그저 최악과 적당히 악이 있을뿐, 도무지 이번 문제엔 정답이 없다. 

그러더니 시험종료가 다가오니까 이번엔 엉터리 답안 몇 개가 자기들끼리 서로 합쳐지더니 그걸 찍어달라고도 한다. 앞으로 문항의 수는 더 줄어들 수도 있겠지만 그래봤자 그 답이 그 답일테다.
객관식 답안의 갯수가 줄면 뭐하나, 어쨌거나 정답의 근사치조차 보이지 않는다. 시험감독관은 부정행위를 막겠다는 명분으로 아예 수험생들의 눈과 귀를 틀어막았다. 이것 저것 틀어막으려고만 하다보니 자기들이 뭘 막아야 옳은지도 잘 모른다.

학생들로 말하자면, 시험공부는 하지 않은채 불량한 사전정보만 가진 수험생들이 태반이다. 그것도 가관이거니와, 시험장 밖에서는 각계의 '업자'들이 학생들을 교란하고 호객한다. 심지어 협박도 한다. 그들은 스스로를 문제출제자로 여기고 수험생들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것은 말하자면 막대한 돈과 시간을 들여 벌이는 헛지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제 아무리 엉터리 객관식 시험이라고 해도, 즐겁게 하자, 라고 마음 먹는다. 얼마나 즐겁고 마땅한가. 아무리 엿같은 문제라고 해도 기꺼이 하려고 애쓴다. 평생 해먹겠다고 헌법을 바꾸거나 체육관에서 얼렁뚱땅 처리되고 말았던 시절을 생각하면 아무리 엉터리 문제라고 해도 풀어보려 애쓸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시험이 끝날때까지 더 머리가 아프더라도 계속 고민하고 속상해보기로한다. 어찌되어도 매한가지 결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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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캣 놀이.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신경이 쓰여 문밖으로 나가보았다. 꼬마 고양이가 비닐봉지를 목에 걸고 뛰어다니고 있었다. 집안의 어른 고양이들중 아무도 그에게 사실을 말해주지 않았다.
'넌 결코 수퍼캣이 될 수 없어' 라고.
내가 어릴때에 어른들이 그런 말을 해주지 않아서, 번번히 다리가 부러졌던 친구 녀석이 있었다.

사진 속의 표정을 보면 이 고양이는 뭔가 스스로 몹시 대견하다고 생각되는 모양이었다.
어떻게 보아줘도 그냥 까만 봉지 키티인데...
꼬마 고양이는 한참 동안 비닐봉지를 두른채 집안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줄 선 고양이들.


아내가 찍어두었다가 보여준 사진.
장면의 설명은 이런 이야기인듯. 까만 고양이는 워낙 아내를 좋아하여, 음식을 만들거나 주방에서 분주하게 일해야할 때엔 반드시 곁에 와서 앉는다. 
개수대의 좁은 턱에 올라앉은 까망이를 보고 샴고양이가 뛰어 올라갔다.
그것을 멀리서 지켜보던 꼬마 고양이는, 깡통 통조림을 배급받는 것으로 알고 얼른 따라서 올라와 줄을 섰다.
맨 앞을 넘겨다 보지만, 그날 저녁의 배급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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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3일 월요일

단짝이 된 고양이들.



햇빛이 따뜻하게 비추던 오후, 소파위에서 벌어진 고양이들의 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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