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 5일 토요일

적당히 기운을 차렸다.


언젠가 심한 일을 겪고 있을 때에, 혹은 심한 일을 겪고 있다고 여기고 있었을 때에, 혼자 남은 공간만 생기면 내 입에서 온갖 더러운 욕설들이 나도 모르게 쏟아져 나오곤 했었다.

마치 동화 속의 저주받은 주인공 처럼, 입만 열면 개구리와 뱀과 동물의 내장들이 튀어나오는 것 처럼, 혼자 운전을 하거나 방안에서 담배를 피울 때에도 욕설들이 조합되고 창작되었었다.
혼자 상소리를 퍼붓던 시절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만둘 수 있었다. 욕설은 훌륭한 역할을 해주긴 하지만 역시 사람은 그의 태도에 따라 일상도 변한다. 계속 욕을 오물거리고 살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사람에게서 얻는 스트레스와 생활 때문에 세금을 내듯 겪어야하는 문제들이 비구름처럼 몰려와있다. 이제는 예전처럼 그다지 화도 나지 않고 욕설이 입에서 나오거나 하지도 않는다. 적당히 지쳐서 흐느적거리는 것도 간혹 약이 될 수 있는 모양이다.
이제 적당히 기운을 차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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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4일 금요일

깜짝 놀란 순이.


순이 덕분에 혼자 낄낄 웃고 있을 때가 많아졌다.
이불 뒤에 숨어서 장난을 하길래 앉아있다가 벌떡 일어나봤더니 저렇게 깜짝 놀라했다.
고양이는 정말 사랑스럽구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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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3일 목요일

그 형님의 기타.


경천 형님을 만나면 기분이 좋아질 때가 많다.
워낙 낙천적인 사람이고, 언제나 마음을 열어둔 채 세상을 바라본다. 그 나이대의 사람들에게서는 만나보기 힘든 분이라고 생각한다.
아무 때나 불쑥 찾아가도 마치 누구와도 친구가 되어줄 준비가 되어있다는 표정으로 맞아주신다.
지난 밤에는 무척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잠시 경천 형님을 찾아갔다가 기분이 한결 나아져서 돌아왔다. 형님의 서른 여섯 살 넘은 기타를 사진으로 찍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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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2일 수요일

영화.

Mean Creek을 보고 좋아했는데, 좋아하는 취향의 영화를 또 볼 수 있었다.
Million Dollar Baby를 보았다.
극장에 앉아서 여유롭게 영화를 보고 싶었지만 지금의 나의 생활패턴으로는 당분간 먼 이야기이다. 지금은 책상 앞에서 마음대로 담배를 피우며 영화를 보는 편이 더 좋다.

영화는 좋았다. 다만 선입견을 버리고 들여다보려해도 감독이 지닌 마초근성은 숨겨지지 않았다. 나쁘다 좋다라는 의미는 아니고 어쨌든 그랬다는 것이다.
영화는 따뜻했다.

영화 중간에 매기의 가족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런 가족이 어디에 있어'라고 하며 영화를 위해 과장한 시나리오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런 가족은 어디에나 있다.
나는 가까운 곳에서 목격했었다.
내가 관찰해야했던 그 가족들은 영화 속 매기네 가족들과 닮았다.
그리고 반드시 그런 가족들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우리들은 영화 속의 프랭크와 같이 크고 작은 가족간의 슬픔들을 몇 개씩 가지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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