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 5일 토요일

적당히 기운을 차렸다.


언젠가 심한 일을 겪고 있을 때에, 혹은 심한 일을 겪고 있다고 여기고 있었을 때에, 혼자 남은 공간만 생기면 내 입에서 온갖 더러운 욕설들이 나도 모르게 쏟아져 나오곤 했었다.

마치 동화 속의 저주받은 주인공 처럼, 입만 열면 개구리와 뱀과 동물의 내장들이 튀어나오는 것 처럼, 혼자 운전을 하거나 방안에서 담배를 피울 때에도 욕설들이 조합되고 창작되었었다.
혼자 상소리를 퍼붓던 시절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만둘 수 있었다. 욕설은 훌륭한 역할을 해주긴 하지만 역시 사람은 그의 태도에 따라 일상도 변한다. 계속 욕을 오물거리고 살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사람에게서 얻는 스트레스와 생활 때문에 세금을 내듯 겪어야하는 문제들이 비구름처럼 몰려와있다. 이제는 예전처럼 그다지 화도 나지 않고 욕설이 입에서 나오거나 하지도 않는다. 적당히 지쳐서 흐느적거리는 것도 간혹 약이 될 수 있는 모양이다.
이제 적당히 기운을 차린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