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5일 화요일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들.


고양이 순이의 상태는 더 좋아지지 않고 있다.
순이가 활발하게 움직이지 못한지 한 달이 넘었다.
여름을 보내는 고양이들은 사람에게 칭얼거리거나 놀아달라고 조르는 대신에, 조용하게 자리에 앉아 물끄러미 사람의 얼굴을 보거나 아픈 고양이 곁에서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잠드는 일이 많아졌다.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들이 건강하기를 언제나 바라고 있었다.
고양이들도 사람들도 건강할 수도 있고 병을 얻을 수도 있다.
고양이들의 단잠이 더 달콤하고,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의 큰숨이 한숨처럼 들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오늘 하루는 다행이다, 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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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4일 월요일

짧은 휴식.


짧은 일정이었지만, 일을 하러 떠났던 제주에서 잠시 쉴 수 있는 시간이 생겼었다.

아픈 고양이에 대한 걱정과, 내일과 모레와 다음주의 일들을 생각하느라 완전히 안심할 시간을 누리지는 못했다. 그것은 아마 앞으로도 계속 될 일일테니 불만을 가지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도 고생스러웠다.
사흘 내내 비를 맞는 것은 나쁘지 않았다.
조용한 곳에서 빵과 우유와 오렌지로 아침을 먹으며 짧은 평화를 느껴본 것은 좋았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아직 젖은 옷을 입고서, 몸이 아픈 고양이를 안고 쓰다듬었다. 그것이 귀한 순간처럼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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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컷 잤다.


며칠 동안 깊이 잠들어본 적이 없었다.
숙소에 돌아와 우선 에어컨 아래에 악기를 꺼내어 눕혔다. 플렛보드에 물방울이 생기더니 곧 말랐다.

샤워를 하고 내 집의 상황을 아이폰으로 더 들여다보았다.
커텐을 조금 열어두고 모든 조명을 껐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Electric Light Orchestra 의 음악을 틀어뒀다. 그리고 다시 정신을 차리고 깨어보니 아침 일곱시였다.

오랜만에 실컷 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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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3일 일요일

4.3 사건의 흔적


함덕에서 숙소로 향하여 길을 걷다가, 제주 4.3 사건 당시의 이야기가 적혀있는 비석을 보았다. 두 개의 비문을 읽어보고 주위를 살펴보았다.
아무 것도 없었다.
누군가가 가져다 고이 놓아둔 꽃 한송이 없었다.
현장마다 꽃을 놓아두려면 제주도는 거대한 꽃밭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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