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27일 일요일

아이폰


아이폰을 손에 쥔 것이 몇 주 되었다. 그동안 악기연습은 하지 않고 아이폰 타이핑 속도만 빨라져버렸다. 허비행콕 아저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버젼트랙커에서 새 애플리케이션을 확인하고 투어 중에 호텔 로비에서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그런 분들은 굳이 연습을 매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겠지.

내일부터 나흘 동안은 합주와 공연들이 예정되어있다. 매일 연습하지 않으면 금세 초보가 되어버리는데 그동안 연습이 부족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구형 도시락 아이팟은 60기가의 음악들을 담은채 자동차 대쉬보드에 매달려 작동해주고 있다. 탈옥시킨 아이팟 터치는 무거운 문서와 파일들을 처리해주고 있다. 손에 들고 다니는 것이 많다보니 멜빵이라도 사서 주렁 주렁 꽂고 다니면 어떨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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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26일 토요일

토라진 고양이.


사춘기 정도는 지났을 고양이가 부쩍 심심해하고 토라지기를 잘한다. 집안의 다른 고양이들을 괴롭히고 심술도 부리고 있다.
고양이는 독립적인 녀석들입네 평화롭고 온순한 존재입네 하는 분들이 있던데 그것, 틀렸다. 사람이 잠시 안보이면 소리내어 불러대고 사사건건 참견하고 변덕 심하고 까탈스럽고 힘들게 비위를 맞춰줘도 알 수 없는 이유로 토라진다.
시샘은 뭐 그리 많은지.
아마도 고양이 꼬맹이가 지금 삐쳐있는 이유는 아내가 요즘 막내 고양이를 편애하고있기 때문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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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24일 목요일

따스한 곳이 필요해


며칠만에 덜 추운 날씨. 어른 고양이가 어슬렁거리며 집안을 산책하며 다녔다.
추워지면 따스한 곳을 찾아 자리를 잡고 앉는다. 집안의 고양이들에게 아내는 핀잔을 줬다. 거리의 동물들을 생각해보렴, 너희들은 불평하면 안돼.

거리의 고양이들에게도 힘든 겨울이겠지만 거리의 사람들에게도 가혹한 계절이 겨울이다. 벌써 용산에서의 살인사건이 일 년이 다 되어간다. 혹독한 시절을 남보다 더 견뎌내어야 하는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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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23일 수요일

눈을 잔뜩 맞았다


지난 20일, 아침 일찍 군산 비응항을 향해 출발했다.
그 곳에 폭설이 내리고 있었다. 도로는 얼어붙고 함박눈은 멈출줄 모르고 내렸다.
나는 아내와 아내의 친구를 차에 태우고 있었다. 옆자리와 뒷자리에서 그들은 무척 신이 나있었다.
내 자동차에는 네비게이션이 없다. 눈으로 모든 것이 가려져서 그만 엉뚱한 길로 들어서고 말았는데, 아이폰의 GPS 덕분에 우회도로를 찾을 수 있었다.


위험한 눈길을 잘도 찾아가 약속장소에 도착하여 겨우 밥 한 공기를 먹었다.
도착한지 두어 시간 지나서 바다 위에 가늘게 햇빛도 살짝 보이고 눈도 그쳤다.
오늘 일은 공연이 아니라 무슨 촬영이었는데.... 그분들의 생각은 저 빨간 등대 앞에 악기를 차려놓고 연주하도록 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퍼붓는 눈을 맞으면서 말이다.


결국 장소를 옮겨 부근의 다른 곳에서 촬영을 시작했다.
그럴 줄 알았지만 연주가 시작될 쯤 잠깐 비치던 햇빛은 다시 놀러가고 눈발과 바닷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해가 지기 시작하는 겨울바닷가는 매섭게 추웠다.
나는 결국 왼손에 장갑을 낀 채로 연주했다.
아무도 실수하는 사람이 없어서 짧은 시간에 촬영을 마쳤다.
마치자 마자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겨울밤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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