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1일 금요일

밤 운전

오후 늦게 출발하여 밤중에 대구에 도착했다. 먼 곳에서 공연할 땐 공연 전날 그 지역 숙소에서 하루를 자고 공연장으로 가는 것이 생활처럼 됐다.

도로정체는 없었고 날씨는 좋았다. 이제 신발보다 더 익숙해진 내 오래된 자동차는 편안하게 고속도로를 달려줬다. 중간부터 갑자기 저절로 에어컨이 켜져서 몇 번 끄기를 반복해야 했지만.

샌드위치와 물로 저녁을 먹고 조명 밝은 곳에 자리를 만들어 앉았다. 펜과 공책을 꺼냈다. 마이오라와 디플로마트 펜을 가지고 왔다. 장소는 다르지만 집에서의 일상과 다르지 않다. 새벽에 알람을 맞춰두고 아이패드로 호로비츠 대표곡 리스트를 틀어둔 다음 잠이 들었다.
 

2024년 5월 27일 월요일

침을 맞았다.

다시 한의원에서 침을 맞았다. 좁은 직사각형 천장이 렌즈의 왜곡으로 재미있게 찍혔다. 선풍기가 좌우로 움직이고 허리와 배 위엔 뜨거운 찜질기구가 놓여있으니 뭔가 아늑한 기분이 들었다. 어느 침상에서 남자 노인은 여자직원에게 퉁명스런 반말을 하고 있었다. 직원은 노련하게 어르거나 꾸중도 했다. 나는 그런 노인이 혼이 나고 싶거나 타박을 받는 게 그리워서 한의원에 오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이번엔 아프지 않을 때까지 치료를 하겠다고 했었는데, 너무 오래 가니까 시즌이 길어지는 시리즈물처럼 언제 끝날 지 모르게 됐다. 그래도 해봐야지. 곧 다가오는 유월엔 일정이 많다. 체력이 필요한 건 둘째이고, 우선 안 아파야한다.
 

2024년 5월 26일 일요일

일요일 아침

식당 앞에 줄을 다 서 보았다. 우리가 물정을 몰라, 문 열기 삼십분 전에 와서 근처를 배회하며 어슬렁거리다가 시간에 맞춰 돌아왔더니 오전 열 시 반에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렸다가 식당에 막 입장하고 있었다.

아내는 걱정이 되었는지, "그냥 다른 데로 갈까"라고 몇 번 물었지만 나는 센 척을 하며 괜찮다고 했다.

사십 오분이나 기다려 식당에 들어가 앉을 수 있었다. (좀처럼 없을 일이라 굳이 기록하는 것) 그곳은 가게를 확장하고 직원들은 더 소란스럽게 하기로 결심한 듯 입 맞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음식의 질은 떨어지고 가격은 올랐다. 꼬박 일년 동안 아픈 고양이를 돌보느라 외출한 적이 없는 아내는 그래도 즐거워했다. 나도 재미있는 한 끼를 먹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좀 오래 서 있었고 조금 걸으며 돌아다닌 것 때문에 집에 돌아와 통증으로 고생을 했다. 끝까지 센 척할 수 있었는데... 실패했다.


 

2024년 5월 25일 토요일

번동에서 짧은 공연


 번천교 아래에서 짧은 공연을 했다. 지역주민들과 멀리서 온 분들이 많이 모여서 구경을 했다. 하천 건너편에서도 사람들이 서서 무대를 보고 있었다. 이런 작은 행사는 정겹다. 행사의 취지나 구성은 모르겠지만.

행사진행을 돕고 있는 사람들에게 교련복과 옛날 학생모자 (와 닮은 것)을 착용하게 했던데, 어떤 사람들에겐 그런 것이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는 것일까. '후크'가 달린 검은 교복과 교련복만 보면 나는 우선 기분이 나빠진다. 그런 걸 보면 나는 원래부터 제어, 강제 당하는 것에 아주 민감했던 것 같다.

정겨운 건 행사 뿐 아니라 동네도 그랬었다. 개들이 주인을 데리고 나와서 많이 산책을 다니고 있었다. 귀여운 개들도 많고, 길에는 개똥도 많았다. 리허설 전에 이대표님이 사다 준 얼음이 든 커피가 집에 도착할 때까지 남아 있었다. 차가운 커피를 자주 먹지 않는 편인데, 어제 커피는 맛있었다.

2024년 5월 23일 목요일

일광욕하는 고양이

 

얘는 낮동안 해의 기울기를 따라 이동하면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어찌나 늘어지게 자고 있는지 방해하는 게 실례일 것 같았다. 가까이 다가가면 갸르릉 거리면서, 하루 종일 햇볕을 즐기고 있었다.

2024년 5월 21일 화요일

이탈리안 펜

 

이탈리아 만년필을 처음 사보았다. 독일 펜들만 줄지어 놓인 맨 끝에 뚱뚱한 펜 한 자루가 함께 놓였다.

hard starting 이 심하여 신경이 쓰였는데, 내가 처음에 잉크를 제대로 넣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펠리칸 펜과 잉크 흡입구 위치가 달라서 닙을 더 깊이 잉크병에 담그어야 한다는 걸 잊고 있었다. 사나흘 이 펜으로만 써보았다.

hard starting이라는 말보다, 펜을 쓰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우리말인 '헛발질'이 훨씬 느낌을 잘 전달한다는 생각을 했다.

2024년 5월 19일 일요일

일요일 낮

 

볕이 지나간 베란다 창가에서 이지와 깜이가 바람이 불어오는 걸 즐기고 있었다. 이것은 어제 낮에 내가 평택으로 가고 있을 때 아내가 찍은 사진.

햇볕이 많이 들어오는 일요일 낮에 깜이가 기분 좋게 자고 있었다.
사진을 찍은 후 다가가서 궁둥이를 두드려 줬다.


2024년 5월 18일 토요일

평택에서 공연

허리보호대 없이 사나흘 잘 지내고 있었기 때문에 안심했다가, 목요일부터 다시 통증이 심해졌다. 자세를 바꿀 때마다 아파서 잠을 제대로 못잤다. 하루 종일 몽롱한 정신으로 힘들게 보냈다. 낮에 평택으로 가는 길에 한 번, 밤중에 집에 돌아올 때 한 번씩 상일 인터체인지에서 길을 잘못 들었다. 그 바람에 황산 사거리에서 낮과 밤 두 번 '유턴'을 해야 했다.

공연 중에는 거의 졸고 있었다. 잠깐씩 연주를 멈췄을 때 이러다가 큰 실수를 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여 정신을 차려보려고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그런데, 연주는 평소보다 더 잘 되었다. 이번 주에 매일 연습을 했던 덕분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몸 상태가 나빴어서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평택 문화예술회관 소극장은 분위기가 좋고 내부의 소리 울림도 근사했다. 두 시간 넘는 공연 내용이 사실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좋은 극장이었다는 느낌을 갖고 돌아왔다.


 

2024년 5월 12일 일요일

오월

 

오월 아침, 볕이 환히 드는 시간에 늘어지게 자고 있는 고양이 이지 곁에 다가가 사진을 찍으려고 했더니 그만 깨어나 고개를 들고 말았다. 인슐린 주사를 더 이상 놓지 않은지 석 달이 지났다. 고양이가 당뇨를 이겨내 준 것이 고맙다.

짤이는 가까이 앉아 아이폰 셔터 소리를 내어도 귀조차 움직이지 않고 쿨쿨 자고 있었다.

깜이는 계속 따라다니면서 야옹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