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살 고양이 이지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가서 정기 진료를 받았다.
이지는 이제 혈당수치가 안정적이 되어서 하루 이틀 인슐린 주사를 놓아주지 않는 날이 많아졌다. 며칠 기력이 없어보여 몇 가지 검사를 추가로 하고, 피하수액을 조금 맞추었다. 진료를 마친 뒤에 곧 집에 갈 것을 알고있는 이지는 얌전하게 케이지 안에 앉아 있었다. 이지를 돌보기 위해 아내는 올 여름 전체를 집에서 보냈다. 넉 달 동안 아팠던 쪽은 고양이이고 고생을 한 쪽은 아내였다. 기대했던 것처럼 빠르게 완치되지는 않았지만 이지의 성격처럼 조용히 느리게 낫고 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했다.
집에 돌아와서는 마음씨 좋은 아저씨가 된 고양이 짤이가 이지의 곁에 슬그머니 다가가 함께 있어줬다. 이지는 까만 고양이가 다가오면 우선 꿀밤을 때려주고 보지만 짤이에겐 친절하다. 종이상자 안에 두 고양이의 숨소리가 빙빙 돌고 있었다. 나는 곁에 엎드려 팔을 뻗어 고양이들을 쓰다듬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