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16일 토요일

영덕 인량마을에서

 

모텔에서 나와 근처 커피가게에 가서 샌드위치와 커피로 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 이른 시간이어서 가게엔 손님이 나 한 사람이었다. 사장님은 70, 80년대 소프트 록 음악을 틀어놓았는데, 창 밖의 빗소리에 섞여 듣기 좋았다. 한 시간 쯤 지나자 가게 안이 북적일만큼 손님들이 들어왔기 때문에 나는 커피를 내 보온병에 담아 가지고 나왔다.

약속보다 두어 시간 일찍 오늘 연주할 인량마을 고택에 도착했다. 잠깐 비가 덜 오는가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빗방울이 굵어졌다. 근처 주차장에 차를 멈추고 삼십여분 선잠을 잤다.
이윽고 멤버들이 모두 도착했다. 천막 위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리허설을 했다. 비가 내리는 덕분에 오늘밤 음악소리는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습기 때문에 악기가 물을 머금은 것처럼 젖어버렸다.
공연과 녹화를 마친 후에 방송 조명 아래에서 그림처럼 보이던 기와집 처마들을 두리번거리며 구경했다. 연주가 끝났을 때에 비가 잦아들기 시작했다.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자동차 시동을 걸었는데, 집에 가면서 들을 음악을 고르느라 한참 더 차 안에 머물러 있었다. 집까지 네 시간, 새벽 한 시에 도착했다. 편의점에 들러 사온 왕뚜껑 라면과 김밥을 먹고 조금 전에 끝난 토트넘과 셰필드 유나이티드 경기의 요약본을 보았다. 소화를 시키기 위해 뉴스를 보고, 집안을 어슬렁거리며 잠자고 있는 고양이들을 쓰다듬다가 다시 새벽에 되어서야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