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16일 월요일

내 고양이, 순이.


11:00 AM


고양이 순이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왔다.

배에 만져지던 것은 아무래도 종양인 것 같다고 하고 폐에 물이 차 있다고 했다. 초음파 검사를 위해 세 시간 째 기다리는 중.


11:00PM


순이는 암에 걸렸다.

그 말은 꼭 감기에 걸렸다, 리고 말할 때 처럼 가볍게 여겨졌다. 종양을 가졌다, 라고 말해야 그 사실이 와닿는다.

의사선생님의 설명으로는 고양이 순이의 몸에는 유선종양과 그것에서 전이된 것으로 보이는 림프종양이 이미 퍼져있었다. 방사선 촬영 사진으로 한쪽 폐가 가득 찰 정도의 흉수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병원에서 그 흉수의 작은 일부를 뽑아냈다. 100밀리리터 정도라고 의사가 말해줬다. 내 눈으로 보기엔 그 보다 더 많은 양으로 보였다.

수의사의 소견은 더 이상의 치료가 의미 없다는 것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내가 순이를 안고 계속 쓰다듬어줬다. 키트검사에서는 음성이 나왔지만 복막염 증상을 보이고 있어서 다른 고양이들에게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아내는 순이를 격리하고 다른 고양이들을 보살피기 위해 집안을 청소하고 화장실을 소독했다.

나는 죄책감이 많이 든다.

순이가 아픈 것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중성화수술을 너무 늦게 해줬던 것이 모든 병의 시작이었을 것이다. 그 후에는 미리 병원에 가지 않아 고양이의 암을 키우고 말았다. 아내가 이야기를 꺼냈을 때에 순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았어야 했다. 그 즈음 에기가 갑자기 쓰러진 후 오래 아팠고, 에기가 조금이라도 나으면 순이를 검진 받도록 하자고 생각했다. 지난 해에 에기가 세상을 떠났다. 그 후에라도 순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어야 했는데, 미루고 게으름을 피우다가 이렇게 되었다.

지금 고양이 순이는 내 곁에서 오래 그르릉 소리를 내고 있다. 머리를 쓰다듬고 입을 맞춰줬기 때문만은 아니다. 고양이는 아파서 그르릉 거리기도 한다. 자주 호흡하는 것을 힘들어 한다. 흉수를 일부 빼내어서 조금 편할 것이라고 의사는 말했었다. 그런데 병원을 다녀와서 더 아파한다. 어쩌면, 지난 몇 주 동안 계속 순이는 아파했을 것이다. 오늘 순이의 몸 상태를 알게되고 나서야 고양이가 아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왜 나는 이렇게 모든 분야에서 자격이 없는 건가.

순이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나는 순이에게 무엇을 제대로 해준 것이 없다. 나에게 특별한 고양이인데도. 미안한 마음 때문에 나는 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