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18일 수요일

정신차려야지.


순이가 종일 아파했다. 많이 잤고 조금 먹는다.

나는 잠을 완전히 설쳤고, 아침에 아내를 태워다주고 돌아와 다시 잠들지 못했다.

한 시간 자고 깨어나 레슨하러 갔다가 블루스 합주를 다녀왔다. 온몸에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다시 집에 와서 순이를 빗겨주고 안아줬다. 순이는 잠시 좋아하다가 다시 침대 위에서 길게 누워 잔다. 사료를 물에 불려 먹이고, 약을 캡슐에 담아 먹였다. 오늘은 어제 보다 편해 보인다.

아내와 짧은 대화를 나눴다. 순이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아내는 종일 밖에서 겪어야 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사는 일이 너무 어렵다.

낮에 바깥의 날씨는 맑고 쾌청했다. 무더운 봄날이었다.

나는 따뜻한 봄볕을 기쁘게 쬐고 있지 못했다.

순이는 이제 잘 돌아다니려 하지 않는다. 계속 누워 있고, 많이 잔다.

그래도 아내가 사료를 물에 불려 떠먹여 주면 어느 정도 받아 먹었다. 새벽에는 불현듯 자리에서 일어나 물그릇을 핥고 물을 마셨다. 나는 깜박 잠이 들었다가 일어나서 고양이 화장실을 살피고, 그것을 청소해주고, 잠든 아내의 방문을 조용히 닫고, 순이를 데리고 거실 바닥에 나와 앉았다. 언제나 그 시간이면 집안 곳곳을 참견하며 돌아 다니던 고양이 순이는 슬그머니 걸어가 다시 구석 자리를 찾아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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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달에, 나는 열 두 살이 된 순이가 아픈데 없이 잘 지내고 있어서 참 좋다는 내용의 글을 블로그에 적어놓았었다.

나는 왜 이 모양인 인간일까.

고양이 순이는 당연히 나에게 특별하다.

잠든 순이 곁에 다가가 잠시 누웠을 때에, 순이는 한쪽 팔을 뻗어 내 얼굴을 만졌다. 따뜻한 앞발을 내 입술에 대고 꾹 누르며 다시 잠을 자기 시작했다. 이 고양이가 한 살 때 부터 그렇게 해왔던 습관이었다.

그래, 고양이는 죽는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고양이들과 함께 살면서 그들을 떠나보내는 일은 사람의 몫이다.

그런 것 알겠는데도, 나는 약해 빠졌기 때문에, 지금은 뭘 하다가도 저절로 눈물이 나곤 한다.

어제 레슨을 하러 갔을 때에 나는 내 손톱이 길어져 있는 것을 알고 한숨을 쉬었다. 오늘 합주를 하러 갔을 때에는 첫 곡의 연주가 낯설었었다.

정신 차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