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26일 화요일

공연장에서


지난 주 목요일에, 오랜 기간 여러번 수정되고 번복되었던 음악을 녹음했다.
내 일정에 쫓겨서 계속 시계를 들여다보며 단숨에 세 가지 버젼을 세 번 연주하는 것으로 녹음음을 마쳤다. 그 결과물이 궁금하다.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그 다음날엔 포천에서 공연을 했고, 그 다음날이었던 주말에는 여수에 공연하러 갔었다.
아름다운 바닷마을이 눈앞에 있는데도 리허설만 마치고 호텔방에 들어가 잠만 잤다.

공연을 마친 후에도 겨우 늦은 저녁을 먹고 또 호텔방에서 아침까지 잠만 잤다. 일찍 일어난 덕분에 새벽 공기 가득한 여수의 바다와 섬을 보았던 것이 다행이었다.

여수에서의 공연중에 일어났던 일.

공연이 시작되고 두어 곡이 지났을 때에, VIP로 보이는 (이 단어가 짜증나긴 하지만) 부부가 누군가의 안내를 받으며 맨 앞자리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들은 한 가운데의 앞자리로 가더니, 이미 의자에 앉아 손뼉을 치며 공연을 보고 있던 어린이 두 명을 툭툭 쳐서 일으켜 세우고는 그 자리에 편안하게 앉아버리는 것이었다. 쫓겨나 버린 어린이들은 한 켠으로 물러나 맨 바닥에 앉았는데 이번엔 카메라맨의 동작에 방해가 되었는지 그나마도 다시 쫓겨나 버렸다. 결국 네 번째 곡을 연주하고 있을 즈음 그 어린이들은 공연장 밖으로 터덜 터덜 걸어나가버렸다.

빼앗은 자리에 점잖게 앉아서 웃음 띤 얼굴로 무대를 보고 있는 양복입은 사람들과, 흙이 묻은 반바지를 털지도 못하고 공연장을 걸어나가는 어린이들의 뒤통수가 계속 눈에 들어와서 마음이 복잡했다.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거나, 세상 일이 다 그런 것 아니느냐고 할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아니다. 그러면 안되는 것이고 못쓰는 것이고 빌어먹을 일인 것이지.
좀, 촌티 나게 나이 먹지 않으면 좋겠다. 앞자리 차지하고 앉았지만 결국 아는 곡도 없고 음악이 좋은지도 영 모르겠고...  입은 왜 헤 벌리고 앉아있던걸까. 그 두 분 모두 정말 바보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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