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2일 일요일

악기

악기를 눕혀놓고 툭 툭 줄을 끊어냈다. 닳아서 먹먹하고 생기가 다 빠진 소리를 내더니 끊어질 때엔 성깔이 있었다. 팽 소리를 내더니 힘을 잃고 축 늘어졌다.
악기가게에서 깨끗하게 손질해준지 몇 주 지나지도 않았는데 그 사이에 또 잔뜩 더럽혀져 있었다.
악기를 닦아주다가 군데 군데 상처가 더 생긴 것을 보았다. 녹이 슬었던 부품의 부식이 조금 더 심해진 것은 당놀랍지 않았다. 스크루 드라이버를 몇 번 대지도 않았던 픽업의 나사 머리들에 녹이 슬어 짓물러져 있었다. 에... 이것도 내 손의 땀 때문이었나 보다.

금요일 부터 악기를 멀리하고 집에서 뒹굴었다. 아주 많이 자버려서 너무 많이 개운했다. 며칠을 잘 쉬었다.
새로 줄을 감은 악기를 들고 줄을 튕겨보니 느낌이 좋았다.

나머지 악기들은 월요일 부터 한 개씩 닦고 정비하기로 했다.
여유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새해엔 숨도 고르며 묵직하게 걸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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