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17일 화요일

라이브 카페.


드러머 민우씨의 부탁으로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의 라이브카페에 연주를 하러 다녀왔다.
맛있는 저녁을 얻어먹고, 안내를 받아 문을 열고 들어간 곳의 분위기가 좋았다.
24시간 동안 잠을 못자서 몹시 피곤했었는데 기분이 편안해져서 많이 괴롭지 않았다.
몇 번이나, '집 근처에 이런 곳이 있다면 정말 좋겠다'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처음 만나는 그곳의 연주하는 분들과도 인사를 나누고... 친절하게 악보를 준비해준 덕분에 잘 알지 못했던 곡도 연주할 수 있었다. 옛 기억들이툭툭 떠오르는 바람에 무대 위에서 무엇인지 아련한 공기를 마시는 것 같았다.

직업연주자라고 하면 나는 우선 그런 라이브카페의 음악인들이 먼저 생각난다. 나도 역시 그런 출신이고 지금은 엉뚱한 일로 보내고 있지만 결국 돌아가야할 자리라고 여기고 있는.

지금의 나보다 어린 나이에 먼저 세상을 떠나버린 바람에, 언제나 젊은 모습으로 기억되어질 연주하던 형, 친구들의 얼굴이 떠오르기도 했고... 그들과 함께 하던 라이브 클럽들의 자욱한 담배 연기, 낯선 표정의 수많은 관객들의 표정들이 함께 기억났다. 하룻밤에 서너 군데를 돌아다니느라 위험천만한 운전을 했던 때도 있었고, 텅빈 테이블 때문에 기운이 빠져있을때에 고약한 말을 함부로 하던 업주들도 있었다. 그러나 언제나 그립고, 그런 곳에 가면 소꿉친구들이라도 모여있을 것 같은 환상이 있다. 사실은 어디에 가도 아무도 없지만.

그러나 열악한 것만 순환되어지고 있는 이 나라의 현실에서 라이브 카페라는 것은 술마시고 호텔 캘리포니아를 청하는 장소가 되어버렸다. 우리의 유흥이란 그런 것 뿐인건가.

저질의 악순환이 더 이상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 나라에서 도대체 사람들은 무엇으로 살면 좋다고 생각할 것인지. 추측컨대, 텔레비젼을 껴안고 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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