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9일 월요일

귀찮을 권리.


꼬마 고양이는 계속 놀고 싶어하는데, 어른 고양이는 다 귀찮고 성가시다. 
고양이 에기는 사교적이지 못한 탓에 다른 놈들과 장난치며 뒹굴어본적 없는 어른 고양이여서, 아내의 마음은 그에게 각별하다. 어제 낮에는 사람의 실수로 고양이들 셋이 한 방에서 마주쳐 으르렁거리며 싸우고 말았다. 그 와중에 그만 어른 고양이는 피가 나는 상처를 입고 말았다. 

고양이들의 일에 일일이 간섭하기는 그렇지만, 그런 일이 생기면 마음 아프고 안스럽다. 상처를 입힌 유력한 용의자는 샴고양이 순이였는데, 범죄현장에 나타나지 않고 유유히 사라졌다가 어디에선가 다시 나타나 재범을 노리고 있었다.
어른 고양이 에기는 이해해줄 것 같은데, 나는 문득 먹고 사는 일이 귀찮고 지겨울 때가 있다. 뭐 누구나 그럴 때가 있는 것이겠지만... 나는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즐거워하면서도 몹시 낯을 가린다. 친해지기 어렵다기 보다는 쉽게 친해지려하지 않는 쪽이고, 인간관계에서의 거래와 줄 맞추기, 앞으로 나란히하기를 질색을 하는 편이다.

일이 지겹구나, 라고 입으로 말해버리고 나서 조금 더 생각하니, 그것은 사실 일이 아니라 사람들에 대한 지겨움이었던가 하는 생각... 움집을 짓고 틀어박혀서 한 두어 달 음악만 듣고 연습만 하면 좋을까, 하는 공상. 나라가 망해버릴지도 모르는 판국에 집안에 앉아서 배부른 사치를 부리고 있다.

쉬지 않고 악기를 들고 집을 나서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평생 즐거울 가능성이 크다. 그것에는 불만이 없지만, 마주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대하는 일은 지겹다. 싫다, 좋다를 말할 수 없는 것이라면 그 표현이 적당한 것 같다. 아... 정말 지겨울 때가 있다.

그러므로 어른 고양이 에기에게는, 귀찮은 것을 피하고 지겨운 일을 멀리할 수 있도록 언제나 도와주겠다고, 나는 소심하게 고양이 궁둥이를 두드리며 중얼 중얼 약속을 해준다. 귀찮을 권리를 누리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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