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4일 금요일

운동화.

햇빛이 밝은 어느날 오전에 창문 앞에 운동화 두 켤레가 젖은채 놓여져 있었다. 
아내가 세탁을 해둔 모양이었다. 운동화의 끈들은 높은 곳에 깨끗한 빛을 띠며 주렁 주렁 걸려있었다. 고양이들은 걸려있는 신발끈을 가지고 놀고 싶어하여 수염을 세우고 실룩거리며 발돋움질을 했다.

나는 혼자 지내면서 운동화가 더러워지면 집 근처의 세탁소에 가져다 맡기곤 했었다. 오랜만에 햇빛에 말려지고 있는 깨끗한 신발들이 낯설게 보였다. 쉬고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 주인이 다른 저 신발들은 각각 참으로 먼 길을 걷고 걸어서 겨우 여기에서야 만났다. 오랜만에 끈을 풀어둔채 서로 걸터 앉아 쉬고 있는 참이다.

바짝 마르면, 운동화를 꿰어 신고 끈을 옴팡지게 묶고서 어디론가 놀러 나갔으면 좋겠다. 그렇게 해본 적이 언제였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산을 오르고도 싶고 하릴없이 쏘다니고도 싶다. 무엇을 하겠다고 이렇게 메마르게 살고 지내는건가. 일이고 뭐고 다 됐다고 하고 몇 주일 떠나고 싶기도 하다. 그냥 며칠이거나 하다못해 몇 시간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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