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8일 일요일

어려운 시절.


새해의 첫달에는 그동안 읽으려 기록해뒀던 책들을 주문했었다. 책상 한쪽에 책을 쌓아놓고 음반을 한 장씩 틀어둔 다음, 책을 읽다가 앨범 한 개가 끝이 나면 잠시 일어나 쉬며 소일했다.

그런데 전염병이 시작되었고, 매일 뉴스를 보면서 점점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할 즈음 2월의 공연은 취소되었다. 언론은 스포츠 중계를 하듯 공포를 퍼뜨리고 있었다. 이제 학교의 개강은 무려 한 달이나 미뤄졌다. 3월에 약속되었던 공연이 다시 취소되었다. 나는 아무런 일을 하지 못한 채 새해의 첫 석 달을 수입 없이 보내고 있다. 이렇게까지 어려워질 것을 나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한가롭게 음악을 틀어두고 책이나 읽고 있었을 무렵에는 이제 곧 다시 바빠질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분들의 소식을 들었다. 그들 중 어떤 이는 나와 똑같이 당장 일거리가 없어져 곤궁해진 사람도 있었다. 어떤 분은 사업을 시작하였다가 지금 큰 낭패를 겪는 분도 있었다. 남의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큰 금액의 월세를 당장 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니까, 무슨 고생이라고 말을 할 수준이 되지 못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공연과 합주가 취소되고 연초부터 말로만 약속했던 모임도 소식이 없어졌다. 집 근처에서 한 번 만나자던 사람들에게는 지금의 감염병이 잠잠해지면 보자고 했다. 매일 외출하는 것도 아니고 사람을 자주 대하는 일과도 없으므로 나는 마스크 따위를 새로 구입하지 않았다. 다만 평소 보다 더 자주 손을 씻고 있다. 하도 자주 손을 씻어서 그만 손이 건조해졌다. 손이 끈적거리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로션을 발라본 적이 없었는데 요즘은 손에 땀도 나지 않고 있어서 피부가 갈라지는 기분이 든다.
고양이 꼼이가 아파서 동물병원에 급히 데려갔다가, 입원도 시켰어야 했었다. 집에 사뒀던 일회용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 고양이는 입원 후 어느 정도 회복은 되었지만 아직 다 낫지 않고 있다. 병원에 계속 데리고 다니는 중이다. 아내는 일정한 시각에 고양이에게 물에 개인 사료를 먹이기 위해 몇 주 동안 긴 잠을 자보지 못하고 있다. 나는 아내가 고양이를 돌보기 위해 공책에 기록해둔 시간을 확인하며 약을 먹이거나 다른 고양이들의 간식을 챙겨주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는 전염병 보다도 고양이 꼼이 어서 말끔히 낫는 것이 더 중요한 듯 보인다.
더 어려운 시절을 맞지 않으면 좋겠다. 아마 모든 사람이 바라고 있을 것이다.




2020년 3월 2일 월요일

촬영.


친구와 함께 하는 밴드 멤버들이 오랜만에 악기를 가지고 모였다. 지난 해에 녹음했던 음악 중 한 곡이 발매되었다. 밴드는 '윤병주와 지인들'이라는 이름으로 정해졌다.
오늘은 공개하고 있는 곡들을 위해 비디오 촬영을 했다.

서교동 거리는 온통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걸어다니고 있었다. 주차를 한 뒤 차에서 내려서는 나도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 사람들은 전염병 때문에 두려움이 생겼고 간혹 맨 얼굴로 상점에 들어가면 직원 분들이 인상을 찌푸리기도 하였기 때문에, 남들을 불안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메르스라는 전염병이 창궐했던 것이 불과 사, 오 년 전이다. 그것이 지금의 코로나 19라는 것 보다 훨씬 지독했었다. 다만 그때와 달리 지금의 행정부는 일을 너무 잘 하고 있고, 지금의 언론은 그때와 달리 신이 나서 아무 말이나 하고 있다.

오랜 시간 촬영이 계속되니 슬슬 허리가 아파왔다. 그런데 나만 힘들고 아픈 것 같아서 내색하지 않으려 힘을 주고 서있었다. 알고 보니 다른 사람들도 피로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차라리 네 시간 동안 공연을 하는 것이 낫지, 같은 곡들을 여러 번 촬영만 하는 것은 고된 일이었다.

수고를 아끼지 않아준 감독님과 잘 준비해준 친구 덕분에 즐겁게 일을 마칠 수 있었다. 오가는 사람이 줄어버린 밤거리가 유난히 춥게 느껴졌다.

2020년 3월 1일 일요일

낫고 있는 고양이.


아픈 고양이는 조금씩 낫고 있다.
원래 오늘 오전에 주치의 수의사님과 진료 약속을 했었다. 아침 일찍 병원에서 전화가 걸려와 수의사 선생님이 아파서 출근을 못한다고 알려왔다. 하는 수 없이 오늘은 병원에 데려가 피하수액과 주사만 맞추고 데려왔다.

까다롭고 예민한 성격인 고양이인데 의외로 병원에 다니거나 약을 먹고 주사를 맞는 스트레스를 잘 견뎌주고 있다. 오늘은 어제 보다 조금 더 나아 보여서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곧 완전히 낫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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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27일 목요일

고양이 꼼이 아프다.


열 두 살 하고 여덟 달 나이가 된 고양이 꼼이가 아프다.
부쩍 뼈가 만져질 정도로 말라서 그동안 우리는 고양이에게 강제로 사료라도 더 많이 먹이려고만 했었다. 지난 주에 병원에 데려가 검사를 했고 진단을 받아 한 주일 동안 통원치료를 했다. 동물병원에도 사정이 있었어서 빨리 입원을 할 수 없었다. 매일 병원에 다니는 치료로는 나빠진 수치가 좋아지지 않았다. 시간을 더 허비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엊그제 진료 후 고양이 꼼을 동물병원에 입원 시켰다.

이틀 정도 지나자 얼굴 표정이 조금 나아졌다. 병원에서는 우리가 찾아가기 전에 직원 분이 직접 사진을 찍어서 아침 일찍 보내줬다.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가 아플 때 마다, 고양이가 아프다는 것을 더 일찍 알지 못했던 것이 항상 미안하고 후회스럽다. 이번에는 늦기 전에 치료할 수 있어서 다행인 결과가 되어지길 바라고 있다.

뉴스 화면은 온통 바이러스, 전염병, 이상한 종교와 더 이상한 정치집단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고양이 꼼을 돌보러 동물병원에 가면 여러 마리의 강아지들과 사람들을 만난다.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고 함께 데려온 동물들은 너무 발랄하거나 간혹 가여운 상태가 되어 있었다. 처음 보는 동물들과 사람들이지만 그들 모두 건강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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