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31일 수요일

라디오

새 음반 홍보를 위해 연달아 라디오 방송들이 잡혀 있다.
라디오의 부스는 어느 곳이라고 해도 반가운 느낌이 있다.
이제는 말장난으로 FM 주파수를 소비하는 프로그램들이 더 많다. 그렇지만 여전히 음악으로 위로를 나누고 마음을 토닥여주는 분들도 있다. 라디오 스튜디오의 모습이 영상으로 보여지는 것이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러나 아마 머지않아 거의 모든 방송이 그렇게 변해지겠지.



.

몽골에 다녀왔다.

토요일 저녁에 출발, 일요일 오후에 공연, 월요일 새벽에 귀국행 비행기를 타는 일정일 뿐이었지만, 몽골에 다녀왔다.
활기찬 울란바트로의 시민들을 봤다. 담벼락이라고는 없는 드넓은 초원, 탁 트인 벌판에서 노상방뇨를 하고 있던 남자와 눈이 마주쳐 서로 허허 웃기도 했다.
석탄을 싣고 중국으로 향하는 끝없이 긴 열차가 대륙 위에 금을 긋듯이 지나가는 모습도 봤고, 그곳에서 사업을 한다고 하는 한국인들이 몽골어는 조금도 배우지 않은채 노동자인 몽골 현지인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모습도 봤다.
우리말과 발성이 똑같아서인지 유창한 한국어를 말하는 통역 담당 몽고분들을 보며 놀라와했다. 공부를 무척 열심히 했거나 재능이 남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끄럽고 무질서한 공항과 포장상태가 좋지 않은 길 옆에는 플라스틱 비닐 쓰레기들이 끝도 없이 버려져있었다.
너무 짧은 여행이었긴 했지만, 몽골의 사람 사는 세상을 볼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 내일을 위해서, 혹은 오늘만을 위해서 사람들은 모두 열심히 살고 있구나...



.

2011년 8월 20일 토요일

새 음반

하루만 더 쉬고 싶다는 욕심과 내일도 할일이 있다는 위안이 섞이는 밤이었다. 김창완밴드의 이번 음반은 정확히 2011년 6월 12일 하루에 모두 녹음했다. 손에 쥔 음반이 마치 그날 찍어둔 사진 한 장 같다.

내 앞에는 지금 두꺼운 책도 있고, 어지러운 악보도 있고, 심난한 뉴스와 가증스러운 인터뷰 기사도 있고, 아내의 결혼전 사진과 밤새 말썽 피우는 어린 고양이도 있고, 물기를 먹은 악기들과 반쯤 비워진 담배갑도 있다.

그리고 그런 것과 상관없이 잠은 오지 않고 하고 싶은 것과 해야할 것들은 맨날 머리 속에서만 서로 다툰다.



.

2011년 8월 9일 화요일

김창완밴드

부산 국제 록페스티벌에 다녀왔다.
큰 행사를 운영하는 스탭들의 일사불란함과 성실함, 똑 부러지는 일처리가 인상적이었다. 무엇이든 사람이 중요하고 사람이 하는 일이 중요하다. 날씨가 좋지 않다거나 하는 것은 나중의 일이다. 그동안 착실히 발전하고 있는 부산 국제록페스티벌은 아마 머지않아 가장 중요한 음악 행사가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악기가 비에 흠뻑 젖었다. 이동하느라 시간이 없어서 미처 잘 말리지 못했다.
오늘은 서울숲에서 야외공연을 한다. 비는 여전히 흩뿌릴텐데 다른 악기를 가져가야 좋을지 기왕에 젖은 악기를 가져가는 것이 좋을지 아직도 고민하고 있다. 악기들의 줄을 손질했다. 한 개는 새 줄로 감아 놓았다.

출연자의 이름이 써있는 콘테이너 출입문이 남다르게 보여 담아왔다. 대충 이 날의 그 느낌과 흡사하게 찍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