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4일 일요일

시골에서 만난 고양이

 


시골집에 아내와 함께 가서 몇 시간 밭일을 하고, 노인 두 분과 함께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주차를 할 때 나이 지긋한 고양이 한 마리가 입구에 앉아 있었다. 차에서 내렸더니 건물 가까이에 어린 고양이들이 몇 마리 모여 놀고 있었다. 모시고 간 부모 두 분은 이미 들어가서 주문을 하는 중에 나와 아내는 자동차 대쉬보드에 넣어뒀던 고양이 간식을 뜯어 나눠주고 있느라 시간 가는줄 몰랐다. 식당주인이 그것을 보더니 저쪽에 몇 마리가 더 있을 것이라고 했다. 건물 뒷편에 더 많은 고양이들이 일광욕을 하고 있다가 조심성 없이 다가갔던 나 때문에 후다닥 흩어졌다. 식당주인의 말에 따르면 나이 많은 고양이를 시작으로 하나 둘 모이던 고양이들이 이제는 아예 자기들의 마을처럼 여기며 식당 주변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퉁명스러운 식당 아저씨의 말투와 건물 주변에 가지런히 놓여진 고양이 사료 그릇, 물 그릇들이 대조를 이루어 어울리고 있었다.

어린이 고양이 두 마리가 가까이 다가간 나를 보고 있었다. 호기심이 많았던 한 녀석과 상자 뒤에서 눈만 내밀고 있던 다른 한 놈이 가장 친해 보였다.

날은 습하고 무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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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29일 월요일

여름이 다 지났다

 

 

여름이 지나가고 밤 기온은 섭씨 19도. 수요일엔 17도까지 내려간다고 예보에서 들었다.

여기의 여름은 언제나 심하게 더웠다. 20년 전, 30년 전에도 독하게 더웠고, 태풍이 지나갔고, 큰 비가 내렸었다. 사람들은 더위가 점점 지독해지고 비도 이상하게 내린다는 말을 하는데, 5년 전, 10년 전에도 지독했고 이상했다. 겨울이 지나가고 다시 옷이 가벼워질 때가 되면 사람들은 방금 지나온 겨울을 몇 년 동안 살아온 듯 말하며 무더위를 과장하는 것 같다. 나는 끔찍하게 더웠던 여름을 수 십 번 겪은 것 같은데.

기온이 내려가니 여름 내내 맨 바닥에 길게 늘어져있던 고양이들이 각자 적당한 공간을 찾아 들어가 눕기 시작했다. 사십여년 된 낡은 가구는 캣타워로 변해버렸다. 이제 학교는 새 학기를 시작했고 열흘 쯤 지나면 추석이다. 무더위는 이상하지 않은데 시간이 점점 더 빠르게 흐르는 것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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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28일 일요일

성남에서 공연

 

성남시 분당중앙공원. 7년 만에 다시 가보았다. 2015년 5월 9일에 그곳에서 공연했었다. 그날에 나는 리허설을 마치고 그 동네가 집이었던 친구 동우를 만났었다. 암 투병 중이었던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 반가와 하며 함께 밥을 먹었다. 나는 모밀국수를 주문했었고 그는 국물이 있는 무엇인가를 먹었었다. 나는 많이 야위어 있던 그에게 뭔가 더 먹이고 싶었는데 그는 주문했던 것도 다 먹지 않고 남겼었다. 그는 그날 밤중에 있을 공연을 구경하고 싶어했지만 항암 치료 중에 체력이 너무 나빠져서 피로해했다. 그래서 식사 후 곧장 집으로 돌아갔다. 그는 나에게 잘 먹었다고 말하며 "다음엔 내가 밥을 사겠다"라고 했었다. 그리고 두 해가 지난 뒤 그는 세상을 떠났다.

리허설을 하면서 나는 내 모니터 스피커에서 베이스 소리를 줄이고 전체 음량도 더 내려주기를 부탁했다. 무대가 넓지 않아서 무대 위의 사운드와 베이스 앰프 소리만으로도 연주하기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밤이 되어 공연을 시작하고 첫 곡의 E 음을 누르자 마자, 나는 내가 잘못 판단했다는 것을 알았다. 베이스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무대 앞으로 드넓게 트인 잔디마당이 펼쳐져 있었는데 낮에는 고요하여 다 들리고 있었던 소리가 공간을 가득메운 관객들이 들어차자 마치 증발이라도 된 것처럼 아무 소리도 안 들렸다.

 


연주를 하면서 몇 번이나 앰프의 노브를 돌려 음량을 올렸다. 앰프에 Limit 경고등이 나올 정도로 볼륨을 올렸는데도 베이스 소리는 공기 중으로 휘발되어 사라지는 것 같았다. 리허설을 할 때에 베이스 음량을 줄여달라고 부탁하지만 않았어도 괜찮았을 일이었다. 결국 상상력을 동원하여 연주하기로 했다. 내가 줄을 건드릴 때에 어떻게 소리가 나는지 나는 잘 알고 있으니 하던대로만 잘 연주하면 관객들을 향하는 사운드는 엔지니어들이 알아서 잘 해줄 거라고 생각했다. 의식적으로 몸에 힘을 빼고, 과잉된 연주를 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공연을 마쳤다. 끝나고 나서 구경했던 분들에게 물어 보았더니 베이스 소리가 아주 좋았다고 했다. (나빴다고 말해줄 리는 없지만...) 

내 소리를 듣지 못한 채로 한 시간 동안 공연해보는 경험을 하였다. 8월의 투어를 모두 마쳤다.



토요일 아침

 

자고 일어났더니 온몸이 쑤시고 아팠다. 허리 통증이 재발되어 이 방에서 저 방으로 가는 길에 두 번이나 갑자기 드러누웠다. 조심 조심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었다. 바깥의 도로 사정을 볼까 하여 베란다에 가보았더니 고양이 깜이가 바람을 쐬며 햇볕을 쬐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고양이는 눈을 꿈벅거리며 잘 잤느냐고 묻고 있었다.



새벽에 집 주차장에 도착한 뒤 애플워치를 들여다 보았더니 여러 개의 경고가 화면에 보여지고 있었다. 세 시간 전 무대 위에서 소음 레벨이 100 데시벨에 다다랐었다는 경고였다. 그랬었나, 그렇게 소란스러웠던 것 같지 않았는데.

정오가 되기 전에 밥을 차려 먹고 또 한 번의 공연을 위해 성남으로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