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3일 월요일

합주.


그 이전에 세션을 했던 기간은 빼고, 밴드 이름으로 함께 해온지 십 년이 되었다.
그동안 어떤 곡들은 백번, 혹은 그 이상은 연주해본 것 같다.
공연을 앞두고 항상 다시 처음부터 새로 합주를 하는 일은 기본이고 일상이다. 십여년 동안 수 없이 많이 연주해본 곡들이지만 언제나 새삼 새롭다. 그리고 세월과 함께 달라진다. 그런 것은 매번 신기한 기분이 든다.

이틀 전에 부모님의 일을 돕느라 몇 시간 밭일을 했는데, 삽질을 하던 중에 어깨에 통증을 느꼈다. 합주하는 동안 내내 어깨와 팔꿈치에 통증이 사라지지 않았다. 학교 개강과 함께 운동을 하지 못했던 탓일 것이다.

합주를 마치고 악기를 정리하면서 지난 십여년 동안 연주했던 몇몇 장면이 기억났다. 몹시 추운 겨울 눈을 맞으며 야외에서 연주할 때엔 왼쪽 손에 장갑을 낀 적도 있었다. 폭염이었던 여름날 공연을 마친 후에는 악기에 흘러내린 땀이 하얗게 굳어있었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간다.

초가을 날씨일 주말과 그 다음 주에 야외공연들이 약속되어있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주면 소리가 더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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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31일 금요일

왕머구리.


낮에 밭에서 살이 통통하게 찐 참개구리를 만났다.
묵직해 보이는 몸집으로 한 번에 멀리도 뛰어다니고 있었다.
귀여워서 따라가 보았더니 개구리는 잎새 사이에 앉아있으면 자신이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것인지, 가만히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나도 가만히 앉아서 더 지켜보았다면 좋았을텐데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는 바람에 그만 개구리가 멀리 뛰어서 가버렸다.

왕머구리라는 이름은 누군가의 소설에서 배웠다. 그런데 작가도 작품도 잊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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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29일 수요일

형, 동생.


나이가 제일 많은 하얀 고양이가 바구니에 들어가서 잘 자고 있었다.
제일 어린 까만 놈이 굳이 그곳에 비집고 들어가더니 자리를 빼앗아 앉았다.
늘 함께 놀아주는 큰 고양이도 고맙고 동생처럼 어리광부리며 잘 놀고 있는 막내도 귀엽다.
나란히 바구니에 앉아 있으니 정말 형, 동생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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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27일 월요일

꽃 냄새, 바람.


폭염을 잘 견디고, 고양이가 이른 아침 창가에서 꽃 내음, 바람 냄새를 맡고 있었다.
어린 고양이에게는 태어나서 가장 더운 여름이었을 것이다.
조금 선선해지니 고양이는 다시 칭얼거리며 마주칠 때 마다 놀아달라고 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