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10일 목요일

대구에서 공연.


대구에서 공연하고 돌아왔다.
넓은 회의장을 대기실로 내어줘서 긴 시간 동안 편하게 기다릴 수 있었다.
커피집 의자에 앉아서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잠깐 졸기도 했다.
많이 더운 날씨가 아니었는데 악기를 가방에서 꺼내어보니 약간의 습기가 느껴졌다.
머지않아 곧 여름이 시작될 것 같았다.

졸음이 쏟아지고 피곤하더니, 고속열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는 정신이 말짱했었다.
잠시 이어폰을 귀에서 빼어두고 열차의 객실 밖에 나가서 창밖을 구경했다. 깜깜해서 구경할 것은 없었지만.



2018년 4월 12일 목요일

장충체육관


연주를 위해 장충체육관에 갔다.
조금 일찍 도착하여 주변을 걸어볼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
오늘은 유난히 밴드의 기타 사운드가 좋게 들려서 기분 좋은 연주를 할 뻔 했다.
그런데... 다섯 시간 전에 도착하여 한 시간 가까이 시간을 들이며 리허설을 한 보람은 별로 없었다. 정말 궁금하다. 공연이 시작되면 기껏 맞추어놓은 모니터의 음향이 엉망이 된다. 리허설을 하는 이유를 그분들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걸까.
너무 익숙해서 '다 그렇지 뭐'라고 여기게 되는 것. 쉽게 나아지지 않는다.


그 동네에서 '국민'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장충체육관은 나에게 익숙한 곳이었다. 나에게는 아주 어릴적의 기억만 남아있고 몇 년 전에 그곳이 새로 꾸며졌다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70년대에 장충체육관 건너편은 부자동네였다. 종탑이 달려있던 사각형 건물 장충교회는 반원을 양쪽으로 나눠놓은 거대한 건물로 바뀌어있었다.
어릴적에 체육관 옆 신라호텔 정문으로는 크고 검은 승용차들이 분주히 드나들었다. 나중에 책을 읽고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문은 경희궁의 정문이었던 흥화문이었고, 일제가 이토 히로부미 사당 정문으로 사용하기 위해 장충동 그 위치로 통째로 옮겨놓았었던 것이었다. 그러니까 지금의 신라호텔 자리는 이토 히로부미를 추모하는 사찰, 박문사 博文寺 였다가 1967년부터는 영빈관이었던 곳이다. 지금은 체육관과 호텔이 함께 쓰는 주차장 출입구가 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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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9일 월요일

이지의 모습도.


요리 조리 자리를 바꿔가며 햇볕을 즐기는 이지의 사진도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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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 쬐는 고양이.


고양이 꼼이 낮 동안 햇볕을 쬐고 있다.
집안의 고양이들이 빛이 가득한 베란다에서 낮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고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심심하다고 칭얼거리고 새벽에는 이유 없이 뛰어다니다가 날씨 좋은 날 해가 뜨면 모두 베란다로 모여 자리를 잡고 눕는다.


베란다에서 내려다보이는 강물은 불과 몇 주 전의 추웠던 날들을 잊고 잔잔히 흐른다.
고양이들은 게으른 동작으로 머리를 돌리며 강쪽을 보고 길 위에 지나가는 자동차를 무심히 보다가, 가끔 창문 가까이 날아와 약을 올리는 새들을 발견하고 벌떡 일어나기도 한다.

그 모습이 평화로와서 나는 음악을 틀어두려다가 주섬주섬 이어폰을 꺼내어 귀에 꽂는다.
봄은 짧다.
따스하고 편안한 봄을 보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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