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0일 월요일

일주일만에 또 시청 앞에.


찬장 안에 비빔면 한 개가 남아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던 때문에 새벽에 그것을 몰래 만들어 맛있게 먹고 밤을 꼬박 새웠다.
늦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가뜩이나 살 많은 얼굴이 동글 동글해져버렸다.
늦은 밥을 먹고 아내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서울시청 앞을 다시 방문했다.
시청 앞 거리에 꽃처럼 주렁 주렁 달려있는 노란 풍선들을 보았다.


비도 내렸고 흐린 날씨여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날에 시간이 나는 날도 좀처럼 없으니까, 서둘러 채비를 하고 그곳으로 찾아갔다. 내가 갔을 때엔 이미 광장 안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파가 가득했다. 날이 저물면서 계속 늘어난 사람들, 광장 밖 까지 까치발을 하며 모여들던 사람들을 보았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뉴스를 읽었는데 경찰 추산 겨우 삼천 명이었단다. 참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추산하는구나. 애썼다, '추산' 담당 경찰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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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9일 일요일

흐린 하늘.


원래는 오늘도 쉬는 날이었지만 학생들끼리 밴드 경연대회를 준비하고 있다며 합주하는 것을 보아달라고 연락을 해왔었다.

흐린 하늘을 살펴보고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자전거를 타고 중학교에 갔다.

학교의 지원도 전혀 없고 다른 누군가의 도움도 없이 자신들의 힘으로 뭔가를 해보겠다는 친구들이 그런 부탁을 할 때에는, 가야지.

자물쇠가 부실하여 부득이 교실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그들이 연습했던 것을 보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마치 트랙이 엉키고 섞여서 못쓰게 된 녹음 파일을 듣는 것 같았다. 하지만 금세 말을 알아듣고 진지하게 뭔가를 해보려하는 모습들.

몇 마디의 조언을 했을 뿐인데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들어줄만한 음악이 되어버리는 것을 보는 일은 즐겁다. 준비하고 있는 경연대회의 결과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스스로의 의지로 무엇인가를 해보았다는 것은 앞으로의 성장에 작은 힘이 될 것 같다. 무엇인가를 스스로 해보지 않은 사람과의 간격은 정확히 해본만큼 벌어진다고 생각한다. 응원을 하고 돌아왔다.


볼일을 다 마쳤으면 귀가를 해야 했을텐데, 일기예보와 달리 아직 비는 내릴 것 같지 않았다. 오후 늦게라도 비가 오면 오늘은 도로에 더 나갈 일이 없을 것을 알았다.

연휴에 집에서 각종 기계들을 켜둔 채로 시간을 보내고 있을 사람을 떠올리고는 전화를 걸어 만나러 가겠다고 했다.


영동대교 남단 부근.
집에서 이곳 까지 22km. 구리를 관통하여 돌아오는 바람에 한 시간 이십 분.
친구집 근처의 빵집 문앞에 앉아 빵과 커피로 첫 끼를 해결했다.
몇 달 동안 서로 지내온 이야기, 다른 친구들 이야기, 뭐 별로 이야기한 것도 없는데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다시 출발하여 집에 올 때에는 남쪽의 길로만 달렸다. 그래보았자 겨우 1km 정도 단축. 그러나 시간은 50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번 주에는 공연을 위해 대구에 다녀온 목요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자전거를 탔다. 연휴 덕분에 잘 보낸 한 주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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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8일 토요일

아내와 자전거를.


나는 틈만 나면 자전거를 탈 구실을 찾고 있다.
이번 주에는 실속있게 보낸 편이다.

국립묘지 근처에 아내의 친구가 살고 있는데, '우리 거기까지 가서 커피 한 잔 얻어 마시고 돌아오면 어때'라는 매우 설득력 있는 말로 아내를 꼬여내어 자전거를 타고 출발했다. 집에서 부터 약 29km. 왕복 60km 정도를 잘도 따라오는 이 여자, 조금 무서웠다. 평소에 운동도 안하고 자전거도 잘 타지 않는데도 뭔가 이 정도는 거뜬하다는 표정이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갈 때엔 강북의 도로로, 돌아올 때엔 남쪽의 도로로 달렸다. 돌아오는 길에 배가 많이 고팠는데 잠시 쉴 때에 전화를 확인했더니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내 동생이 보낸, '저녁에 막국수를 먹으러 가자'라는 문자메세지.

갑자기 두 배로 배가 고파 조금 더 힘주어 달려 동네에 돌아와서 전화를 했더니... 조카들의 반대로 저녁식사는 취소되었다. 뭐 그 덕분에 아내와 자전거를 타고 근처의 상점에 들러 간단히 장을 보아 집에 왔다.

다음에는 어디에 사는 누구를 만나러 가자고 꼬여내면 좋을지 궁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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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다녀왔다.


목요일 아침 여섯 시, 서울역.
집에서 다섯 시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지하철로 갈아타며 도착했다.

바람 불고 서늘한 기운에 사람이 없는 아침 공기가 스산했다.

전 날 밤에 잠을 충분히 못자서 몽롱한 상태로 십 킬로그램 무게 정도인 악기를 들고 가방 한 개를 더 들고 시내에 나왔더니 어릴적 생각이 났다. 언제나 악기를 어깨에 둘러메고 시내를 걸어다녔었다. 악기와 케이블, 두어 개의 이펙터에 악보들이 함께 들어가면 무게가 제법 나갔었는데, 덕분에 한 쪽 어깨에는 항상 붉게 상처가 나있었다.

이른 아침, 기차시간 때문인지 바삐 움직이는 사람도 보이고 걸인 몇 분은 웅크려진 어깨를 펴지도 못한채 담배를 구하고 있었다. 사람 없는 광장에는 비둘기 한 마리가 내려 앉더니 부리로 제 발을 콕콕 쪼아대고 있었다.

대구의 공연장소에 아홉 시가 다 되어 도착, 곧 이어 리허설, 점심을 먹고 한 시에 공연 시작. 대략 이런 분위기였던 무대와 객석이었다.



세 시에 출발… 네 시 조금 넘어서 다시 서울행, 다섯 시에 서울역에 다시 도착, 집까지 한 시간 반 걸려 돌아왔다.

기차에서 자고, 공연 직전까지 대기실에서 졸고 다시 서울행 기차에서 또 자고 났더니 집에 와서는 정신이 들어 뭔가 다시 하루를 시작해도 좋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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