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17일 금요일

작은 무대


이 공연을 주최하신 분들은 환경이 열악하다며 연신 이해를 부탁하는 말씀을 해줬지만, 우리들은 오히려 재미있고 기분 좋았다.
나는 문득 오래 전 종로의 작은 소극장이 떠올랐다.
공연을 준비해온 분들이 어찌나 세심했는지 정겨운 무대가 꾸며졌고 오래된 건물의 내벽 때문에 잔향이 자연스러웠다. 전기기계로 가득찬 큰 무대에서 자주 시달려야했던 잡음도 없었다.
또 가보고 싶어지는 곳이었다.


.

2008년 10월 16일 목요일

조용한 하늘


공항 - 공연장 - 식당 - 다시 공항의 하루 일정이었으므로, 나의 이번 제주도 초행길은 여행이라고 해줄 수 없어야 한다.
하지만 반나절 숨쉬어볼 수 있었던 남쪽의 공기 때문에 기분이 많이 좋아질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고요했다. 공연장 입구 앞의 풀밭에 길게 누워서 한숨 길게 잘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평소 듣고 싶지 않았던 소리들이 그렇게 많았던가 했다. 조용한 하늘, 시끄럽지 않은 해변에 며칠이라도 머물고 싶었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은 도심이 아닌데도 언제나 소리가 가득하다. 혹시 소리들 때문에 이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의 인상이 어두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

2008년 10월 13일 월요일

풀잎이 위로를 해줬다.


가끔 그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여겨진다.
너무 일찍 잠을 깨어버린 때문에 머리가 무겁고 피로감이 가득하다.
커피를 내리고 난 뒤 아직 남아있는 젖은 여과지에 물을 끓여 부어놓고 창문을 조금 열어두었다. 그 창문 앞에 아내가 걸어놓았던 쬐그만 풀이 있었다. 그것이 어느새 길게 자라버렸다.
그 연한 색감에 잠시 사로잡혀 커피 서버에 재탕 커피가 넘쳐버릴 뻔 했다.

어쩐지 식물로부터 위로를 받는 느낌. 그들은 소리 없이 가쁘게 살아가면서도 넉넉해 보인다.
걔들 입장에서는 이쪽 포유류가 어떻게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고양이들은 의자를 하나씩 차지하고 똑같은 모양으로 누워 조용하게 잠들어있고, 집안에 가득한 화분마다 연한 녹색 진한 녹색들이 흥청거리고 있었다.
음악도 틀어두기 싫은 고요함이 맘에들어 피곤한데도 다시 잠들지 못한채로 앉아있다가 보니 창 밖이 환하게 밝아버렸다.



.

2008년 10월 10일 금요일

아직도 천진한 어린이.


수 개월 전, 막내 고양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