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부터 조금 전까지 아홉 자루의 펜에 잉크를 넣었다. 만년필을 여러 자루 돌아가며 쓰고 있으면 새로 잉크를 충전하는 시기가 한데 몰릴 때가 생긴다.
글입다 잉크는 흐린 색 농도이지만 묽어서 어프로치노트(라이트)에 쓸 때엔 굵게 나오고 많이 번졌다. 이제 클레르퐁텐 공책에서 쓰다 보니 잉크 흡수가 덜 하고 빠르게 마르는 종이 위에서 너무 흐리게 나오고 있었다. 눈이 나빠진 데다가 잉크 색이 연하게 써지고 있어서 쓰거나 읽을 때 안경을 쓰고 있어도 미간이 찌푸려졌다.
새벽에 펠리칸 M605에 남아 있던 글입다 잉크를 빼내고 10ml 용기에 펠리칸 검정색 잉크를 덜어서 글입다 잉크와 섞었다. 글입다와 펠리칸 잉크는 3:1 비율로 섞었는데, 작고 입구가 좁은 병이어서 펜을 담그어 잉크를 빨아들이기 위해 잉크의 높이를 맞추려다가 그렇게 됐다. 결과적으로 알맞은 진하기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