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공연장에 도착하여 한 시간 동안 혼자 사운드 체크를 하고 연습을 했다. 새 베이스의 톤이 낯설어서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멤버들이 모여 리허설을 한 시간 더 하고 이어서 두 시간 짜리 공연을 잘 마쳤다.
규모가 작은 극장이었지만 객석에 사람들이 가득 있었다. 지역 문화재단에서 주최하여 표값이 안 비쌌던 덕분이었을 것이다. 이번엔 내 인이어를 잊지 않고 잘 챙겨 갔다. 좋은 음질로 소리를 들으며 불편하지 않게 연주할 수 있었다. 새 악기는 연주하기 편하고 조금 가벼워서 허리에 부담이 덜 했다. 하지만 결국 리허설부터 공연까지 네 시간 동안 악기를 메고 서 있었더니 공연을 마칠 즈음에는 다시 통증이 심했었다. 나는 공연이 끝난 뒤 극장 직원들이 객석을 마저 정리하기도 전에 악기를 챙겨 메고 주차장으로 갔다. 자동차 시트에 잠시 몸을 눕히고 쉬어야 했다.토요일마다 일을 하느라 거리의 집회에 한 번도 나가지 못하였다. 사실 일이 없었다고 해도 지금과 같은 체력으로는 아스팔트 위에서 시간을 보내긴 힘들었을 것이다. 내가 공연을 하고 있던 그 시각에 광화문에서는 사람들이 모여 시위를 하고 있었다. 극장 안을 메워준 청중들이 있어서 공연을 잘 할 수 있었던 것도 맞지만, 마음은 광화문 앞에 모여 있는 그들과 함께 하고 싶었다.
오늘은 그날 밤부터 만 이틀 동안 남태령에서 벌어졌던 일에 대해 찾아 보고 읽고 있었다. 삼십여 시간 농민의 편에 서서 밤을 새우고 교대를 하며 자리를 지켜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과거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다는 것이 맞다. 그런데 그것이 맞긴 하지만 어쩐지 현상을 심드렁하게 설명하는 데 그치는 것 같기도 하여 부족하다고 느꼈다. 사람들이 남긴 영상과 글을 찾아 보다가 토요일에 우리 공연을 보고 갔던 사람의 글을 읽게 됐다. 그 분은 그날 광화문 집회에 참여했다가 일찌감치 예매했던 공연을 보러 왔었다고 했다. 나는 미안하고 부끄러운 기분이 들어서 잠시 멍하니 앉아 있었다. 지금 이 시절에 이 공동체는 분명히, 젊은 여성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