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30일 일요일

집에서.


오전에 일어나 자리에 앉았는데, 허리에 통증이 평소보다 심하게 느껴졌다.
아내는 친구네에 다녀온다고 했었다.
얼핏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었던 것 같았다.
아마 그 소리에 내가 일어났던 것인가, 했다.

목의 뒷쪽을 한참 주무르고 주먹으로 허리를 문질렀다.
고양이 이지에게 깡통 사료를 한 개 따서 먹였다. 이지는 절반 정도를 비우고 난 뒤 볕이 드는 곳으로 가서 세수를 시작했다.

음악을 틀어두고 청소기로 바닥을 청소했다.
고양이들에게 물을 새로 따라 주었다.

저녁에는 아내가 가져온 인스턴트 떡볶이를 만들어 먹었다.
내가 그것을 만들고 있는 동안 아내는 이지에게 미리 물에 불려 놓았던 사료를 먹이고 있었다.
나는 음식을 망치지 않도록 타이머를 맞춰 놓은 전화를 들고 불 앞에 서서 냄비 속의 재료를 한참 동안 저었다. 손이 뜨거워지니까 어쩐지 숲속이 떠올랐다.
숲에서 잠을 잤던 기억이 났는데 그것이 언제였을까, 생각해보았다.
역시 군대 시절의 일이었던 것 같았다.
겨울에 산에서 A 텐트를 펴고 비를 맞으며 잠을 잔 후에 일어났을 때에 간절히 불을 원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