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쥔 것을 빨리 내려놓지 못하고 몇 초간 전기를 더 받아들였다. 팔을 흔들어 기계를 떨구고 정신차려보니 한쪽 발로 9볼트 어댑터 끄트머리를 밟고 있었다. 괜히 혼자 엄살을 부린 것 같았다.
콧속에서 머리카락 타는 냄새와 함께 양쪽 눈에서 핏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는 것은 물론 거짓말이지만, 어휴, 내가 전기를 얼마나 싫어하는데.
그 바람에 세수 한 번 더 하고, 하던 것을 주섬주섬 정리하고, 알람을 맞춰두고, 내일의 긴 일정을 구구단 외듯 한 번 죽 읊어보았다.
오늘도 쉽게 잠이 오지 않는다.
전기충격으로 기절했다면 아마 푹 잤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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