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4월 24일 일요일

베이스.


두 시간 잠을 자고, 오전에 일어났다.
연습하러 갔다가 오후 다섯 시에 정신없이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다른 팀의 연습이 또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요일 낮, 날씨는 참 좋았다.

마지막 연습이 끝날 무렵 갑자기 전화를 받았다. 녹음을 할 일이 생겼다.
마침 하루 전에 새 스트링으로 교환을 했었다. 마침 잘 됐다고 생각했다.
낯선 장소의 믹싱 콘솔 앞에 앉아 있을 때에 기분이 좋아진다.
어떤 녹음이든 자신이 있어서가 아니라, 무엇인가 만들어내기 위한 자리에 자세를 바로하고 악기를 안은 채 기다리는 시간이 즐겁기 때문이다.

그런데 악보를 받아들었더니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이미 녹음된 음악 안에는 너무 많은 악기들이 들어가 있었다.
드럼은 시퀀싱되어 있었다.
아직 나는 사람이 연주해놓은 음악 위에 더빙하는 것 보다 기계소리와 함께 연주하는 것이 더 힘들다.
한 시간이나 걸려서 녹음을 마쳤다. 의뢰했던 분들도 좋아했던 것 같고, 약속된 녹음비 보다 조금 더 많이 봉투에 넣어줬다.

최근의 바쁜 연주와 연습과 지난 밤의 녹음같은 일들이 자주 있으면 좋겠지만, 별로 그렇지는 않다.
병주가 선물해줬던 스파이시라는 양철통도 잘 써먹었다.

집에 돌아와서는 커피를 마시며 카주미 와타나베와 리차드 보나의 라이브 비디오를 다시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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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16일 토요일

쓸쓸한 날이었다.


떠들썩한 오후가 쓸쓸한 법이고, 하늘 높은 맑은 날이 외로운 법인가보다.
고양이 순이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몇 시간 동안 꼼짝하지 않고 창밖을 보고 있었다.
나는 나대로 순이를 보며 베이스를 치다가, 날이 저물어 어두워지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며칠만에 평화로운 오후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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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14일 목요일

옳지 않은 연주도 있다.


너무 모순적인 생활이었고, 나의 의지와 관계없는 행동을 해야 했다.
세상에는 옳지 않은 연주도 있다고 생각했다.
뒤늦게나마 판단이 섰으니, 행동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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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9일 토요일

고양이와 오후를.


이사를 한 뒤 다시 고양이 순이를 데려온 것이 닷새가 지났다.
순이는 전보다 더 친한척을 하고, 항상 가까운 거리에서 나를 따라다닌다.
곁에서 졸고 있다가 내가 자리를 옮겨 책상에 앉으면 잠결에 비틀거리면서도 따라와 키보드 옆에서 다시 졸기 시작했다.
예쁘고, 가여웠다.
집을 비우지 않을 수 없으니까 항상 마음이 쓰인다.
미안해진다.

고양이와 오후를 함께 보내며 많이 안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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