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일 화요일

고양이와 병원에

 

고양이 이지의 정기 진료가 있는 날이었다. 석 달 만에 동물병원에 가는 것이어서 이지는 새 차를 처음 타보았다.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자동차 안에서 놀고 있는 고양이가 귀엽게 보였다. 이지는 구내염을 앓다가 치아병변이 생겨 이빨을 뽑아야 했었다. 그 때 치료를 위해 스테로이드를 써야 했고, 수 년이 지난 후 당뇨를 겪었다. 일년 하고 넉 달, 아내는 외출 한 번 자유롭게 하지 못하며 이지를 돌보았다.

 이제 이지는 당뇨병을 이겨냈다. 당화단백 검사 결과도 좋았다. 여전히 스스로 먹지 못하여 곱게 갈은 깡통사료를 떠먹여줘야 하고 수액주사를 놓아주기도 해야 하지만 나이 든 고양이가 더 아프지는 않게 됐다.

선선한 바람이 불고 밤에는 추워졌다. 가을이 너무 짧다. 아내가 이지의 발톱을 깎아주는 동안 깜이는 곁에서 나지막히 그르릉 소리를 내고 있었다.


2024년 9월 29일 일요일

경주, 그 다음날엔 광명에서.

경주에서 공연을 마치고 서둘러 짐을 챙겨 집으로 출발했다. 다음 날 광명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에 가야하기 때문이었다. 세 시간 이십여분 달려 집에 도착했더니 새벽 두 시 반. 예상은 했었지만 주차할 자리가 없었다.

기어를 중립으로 해두고 집에 들어와 자다가 아침 일찍 비틀거리며 나가서 주차할 공간이 생긴 자리를 찾아 자동차를 옮겨 놓았다. 오후에 광명으로 가는데, 정말 극심하게 길이 막혔다. 조 헨더슨의 빅밴드 앨범을 크게 틀어두고 한참 걸려 도착했다.

이번에도 공연 직전 리허설을 할 때까지 가는 비가 흩어지며 내리더니, 연주를 시작한 후로 개었다. 이틀 모두 지나가 준 비구름에게 신세를 졌다. 많은 사람들이 무대 앞에서 즐거운 표정으로 공연을 봐주었다.
이번엔 밤 열 시 반에 집에 도착했는데, 또 주차할 자리가 없었다. 오래된 아파트에 살다보니 '퇴근'을 할 때마다 힘이 든다.


 

2024년 9월 28일 토요일

경주, 리허설

비가 그치고 선선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주차장에서 야외무대까지 악기를 메고 걸었다.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 있었다. 그 뒤로 점잖은 곡선을 그리며 누워있는 큰 무덤이 고요하게 있었다. 능 곁에 함께 있는 느티나무 가지가 젠체하며 흔들리고 있었다.

사운드체크를 하고 연주할 준비를 하는데 무대 위가 이미 흠뻑 젖어있었다. 공연을 하기 전에 비가 그쳐줘서 걱정 없이 연주할 수 있었다.



 

비내리는 날, 경주에.

빗방울이 떨어지지 않는 긴 처마 아래에 고양이가 자고 있었다. 깨우고 싶지 않아 한 발 뒤로 물러나 조심하며 사진을 찍었는데, 고양이가 귀를 움직이더니 그만 일어나버리고 말았다.

돌보아 주는 분들이 가져다 준 깨끗한 물과 보송보송한 사료가 담긴 그릇이 곁에 있었다. 한적하고 조용한 공원에서 편안하게 낮잠을 자고 있던 고양이와 인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