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9일 일요일

경주, 그 다음날엔 광명에서.

경주에서 공연을 마치고 서둘러 짐을 챙겨 집으로 출발했다. 다음 날 광명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에 가야하기 때문이었다. 세 시간 이십여분 달려 집에 도착했더니 새벽 두 시 반. 예상은 했었지만 주차할 자리가 없었다.

기어를 중립으로 해두고 집에 들어와 자다가 아침 일찍 비틀거리며 나가서 주차할 공간이 생긴 자리를 찾아 자동차를 옮겨 놓았다. 오후에 광명으로 가는데, 정말 극심하게 길이 막혔다. 조 헨더슨의 빅밴드 앨범을 크게 틀어두고 한참 걸려 도착했다.

이번에도 공연 직전 리허설을 할 때까지 가는 비가 흩어지며 내리더니, 연주를 시작한 후로 개었다. 이틀 모두 지나가 준 비구름에게 신세를 졌다. 많은 사람들이 무대 앞에서 즐거운 표정으로 공연을 봐주었다.
이번엔 밤 열 시 반에 집에 도착했는데, 또 주차할 자리가 없었다. 오래된 아파트에 살다보니 '퇴근'을 할 때마다 힘이 든다.


 

2024년 9월 28일 토요일

경주, 리허설

비가 그치고 선선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주차장에서 야외무대까지 악기를 메고 걸었다.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 있었다. 그 뒤로 점잖은 곡선을 그리며 누워있는 큰 무덤이 고요하게 있었다. 능 곁에 함께 있는 느티나무 가지가 젠체하며 흔들리고 있었다.

사운드체크를 하고 연주할 준비를 하는데 무대 위가 이미 흠뻑 젖어있었다. 공연을 하기 전에 비가 그쳐줘서 걱정 없이 연주할 수 있었다.



 

비내리는 날, 경주에.

빗방울이 떨어지지 않는 긴 처마 아래에 고양이가 자고 있었다. 깨우고 싶지 않아 한 발 뒤로 물러나 조심하며 사진을 찍었는데, 고양이가 귀를 움직이더니 그만 일어나버리고 말았다.

돌보아 주는 분들이 가져다 준 깨끗한 물과 보송보송한 사료가 담긴 그릇이 곁에 있었다. 한적하고 조용한 공원에서 편안하게 낮잠을 자고 있던 고양이와 인사를 했다.


 

2024년 9월 25일 수요일

선선해졌다.

 

이른 아침에 깨어나 정신을 차리고 책상 앞에 앉았다. 고양이 이지에게 밥을 먹여주고 난 후 아내는 이지를 소중히 끌어안고 집안을 거닐고 있었다. 날씨가 선선해진지 이제 일주일 쯤 지났다. 베란다에 얇은 이불처럼 햇빛이 비추고 있었다.

고양이 깜이는 내 머리맡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었는데, 내가 일어나 보니 어느새 간식을 얻어먹고 볕을 쬐며 앉아 있었다. 나를 보며 작은 소리로 아침인사를 했다. 나는 그 소리는 듣지 못하고 고양이의 입 모양만 보았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잠을 깨려고 하는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가을이 다가오자 고양이들은 아내의 침대에 모여서 뒹굴기 시작했다. 봄과 여름엔 각자 생활을 하다가 가을과 겨울엔 좁은 아내의 침대 위에 올라가 한데 모여 새우잠을 잔다. 고양이 짤이는 잠이 덜 깬 얼굴로 그르릉 소리를 내며 인사를 하더니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