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8일 토요일

경주, 리허설

비가 그치고 선선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주차장에서 야외무대까지 악기를 메고 걸었다.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 있었다. 그 뒤로 점잖은 곡선을 그리며 누워있는 큰 무덤이 고요하게 있었다. 능 곁에 함께 있는 느티나무 가지가 젠체하며 흔들리고 있었다.

사운드체크를 하고 연주할 준비를 하는데 무대 위가 이미 흠뻑 젖어있었다. 공연을 하기 전에 비가 그쳐줘서 걱정 없이 연주할 수 있었다.



 

비내리는 날, 경주에.

빗방울이 떨어지지 않는 긴 처마 아래에 고양이가 자고 있었다. 깨우고 싶지 않아 한 발 뒤로 물러나 조심하며 사진을 찍었는데, 고양이가 귀를 움직이더니 그만 일어나버리고 말았다.

돌보아 주는 분들이 가져다 준 깨끗한 물과 보송보송한 사료가 담긴 그릇이 곁에 있었다. 한적하고 조용한 공원에서 편안하게 낮잠을 자고 있던 고양이와 인사를 했다.


 

2024년 9월 25일 수요일

선선해졌다.

 

이른 아침에 깨어나 정신을 차리고 책상 앞에 앉았다. 고양이 이지에게 밥을 먹여주고 난 후 아내는 이지를 소중히 끌어안고 집안을 거닐고 있었다. 날씨가 선선해진지 이제 일주일 쯤 지났다. 베란다에 얇은 이불처럼 햇빛이 비추고 있었다.

고양이 깜이는 내 머리맡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었는데, 내가 일어나 보니 어느새 간식을 얻어먹고 볕을 쬐며 앉아 있었다. 나를 보며 작은 소리로 아침인사를 했다. 나는 그 소리는 듣지 못하고 고양이의 입 모양만 보았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잠을 깨려고 하는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가을이 다가오자 고양이들은 아내의 침대에 모여서 뒹굴기 시작했다. 봄과 여름엔 각자 생활을 하다가 가을과 겨울엔 좁은 아내의 침대 위에 올라가 한데 모여 새우잠을 잔다. 고양이 짤이는 잠이 덜 깬 얼굴로 그르릉 소리를 내며 인사를 하더니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2024년 9월 16일 월요일

고양이 어린이들

친구와 식당에 들렀다가 어린이들을 만났다. 잠시 허기를 잊고 그 자리에 쪼그려 앉아서 한참 인사를 했다.

마음 고와 보이는 직원이 봉지에 가득 사료를 들고 나타나 밥그릇에 새로 부어줬다. 맑은 물이 담긴 그릇들도 가지런히 보였다.

음식을 먹고 나왔더니 어린이들이 같은 모양을 하고 바람을 쐬며 졸고 있었다. 아무래도 앞으로 곧 이 식당에 한 번 더 가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