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9일 토요일

울산에 다녀왔다.


 오전에 서울역에 가서 기차를 타고 울산으로 갔다. 기차역에 내려 다시 사십여분 걸려 공연장에 도착했다. 가는 비가 계속 내렸다. 그리고 긴 시간 동안 리허설을 했다. 오랜만의 첫 공연을 우리는 잘 하고 싶었고, 한 시간 반 동안 거의 모든 곡을 전부 연주해봤다.


다시 긴 시간을 기다려 공연을 시작했다. 공연을 오래 쉬었지만 몸이 음악을 기억하는 기분이 들었다. 듬성듬성 앉은 관객을 보며 다시 연주를 하는 것이 기분 좋았다.


그리고 다시 기차역으로. 예전엔 일상처럼 했던 공연하는 하루의 일정이 부쩍 힘들게 여겨졌다. 악기도 무겁게 느껴졌고, 운전을 하지 않았는데도 피로감이 심했다. 체력의 문제일까.

새벽에 서울역으로 돌아와 주차장에서 자동차 시동을 걸고, 강변북로를 따라 집까지 오면서는 음악도 틀어두지 않았다. 가끔 차창을 열면 서늘한 공기가 마스크 안으로 들어왔다. 내가 사는 곳도 심야가 되면 주차하기가 어려워진지 오래됐다. 집에 도착했더니 지하 주차장에 좋은 자리가 한 군데 비어있었다.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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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6일 수요일

공연을 위한 합주.


거의 두 해 만에 밴드의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한 달 전에 사전 연습을 했었지만 공연을 며칠 앞두고 준비하는 기분은 새로왔다. 약속장소에 일찍 도착하여 악기를 튜닝하며 집에서 체크해뒀던 메모들을 다시 살폈다. 첫째날에는 여섯 줄 베이스를 가져갔다. 이 악기의 소리는 이번 공연에 적합하지 않겠지만 다른 악기들과 이 베이스의 사운드가 어떻게 섞이는지, 큰 음량으로 듣고 싶었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프리앰프의 노브들을 모두 플랫하게 해두고 테스트 했다. 경험이 쌓이면 더 좋은 사운드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둘째날 합주에는 펜더 다섯줄 베이스를 사용했다. 역시 이 형태의 베이스가 우리 밴드의 사운드에 잘 맞았다. 패시브 모드에서도 배음이 잘 나와줬다. 액티브 상태에서는 기본 음량이 너무 세어서 오히려 볼륨 노브를 줄여야 했다. 이달의 공연들은 이 악기와 원래의 재즈베이스로 해볼 생각이다. 울산과 전주와 부산에서 공연을 할 예정이고 그 사이에 친구들과 함께하는 팀의 일정도 기다리고 있다. 얼마만의 일상인지, 모든 약속들이 귀하다.


합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야 애플워치에 표시된 알림을 보았다. 워낙 큰 음량으로 연주하다보니 소음 레벨이 109까지 올라갔었다. 아이폰에는 '일시적인 청각장애가 있을 수 있다' 라고 설명이 나왔다. 하루 종일 이어폰을 귀에 꽂고 다녔던 나는 이미 이십대에 귀의 성능을 일부 잃었을 것이다. 섬세한 음악을 틀어놓으면 내가 듣지 못하는 음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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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1일 금요일

그냥 견뎠다.


 사람들로 붐볐던 종합병원. 자정이 지나자 텅 비어있는 것처럼 조용해졌다. 입원할 때에는 주차장이 혼잡하여 제대로 주차를 하지 못했었다. 한밤중에 좋은 자리로 자동차를 옮겨 놓을 수 있었다. 소독제를 듬뿍 손에 담아 문지르며 서둘러 병실로 돌아갔다.

노인 곁에서 이틀 밤을 새우는 것, 자리를 비울 수 없어서 환자의 옆에서 선 채로 편의점 도시락을 먹거나 끼니를 거르는 것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 얼마든지 더 할 수 있다. 나는 완전히 익숙해져서 병원에서의 보호자 생활은 눈 감고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어김없이 일어나는 노인의 난동, 폭언, 행패와 의료사고에 가까운 행동들을 견디는 일은 힘들었다. 항상 힘들었지만 거듭 할 수록 더 힘들다. 감정이 없는 것처럼 대처하느라 애를 썼지만 이미 임계점을 넘어선지 오래였다. 결국 환자는 또 다시 사고를 일으켰다. 젖은 시트를 갈고 옷을 갈아입히고 병실 바닥에 뿌려진 피와 주사액들을 닦으면서는 오히려 화가 누그러뜨려졌다. 별 수 없이 그냥 견뎠다.

나는 스트레스에 취약하다. 가능한 버티고, 그 이상이 되면 적어도 내가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를 더하지는 않도록 하려 했다. 마스크 안에서 입을 다물고 그냥 견뎠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다음, 나는 화장실에서 기절하여 쓰러져버리고 말았다. 오랜만의 일이었다. 각성상태가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인지 그 이후에도 깊은 잠을 잘 수 없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내 나이 때문에 이종 백신을 교차접종할 수 없었다. 지난번 접종 때와 마찬가지로 나는 백신을 맞은 후 아무런 증상이 없었다. 심지어 주사 맞은 자리에 약한 통증조차 남지 않았다. 주사를 맞은 후에 오히려 한 시간 정도 산책삼아 걸었다. 잠이 모자라서 여전히 피로했지만 기분이 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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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25일 토요일

고양이 친구들

 


잠을 세 시간 밖에 못자고, 하루에 일곱 시간을 운전해야 했다. 소모적인 하루가 될 줄 알면서도 아침 일찍 출발해야만 했다.

후미진 골목에서 귀여운 아기 고양이를 만났다. 다른 고양이들과 놀고 있었던 작은 고양이는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잠깐 망설이더니 어느 집 파란대문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자신의 집 안에 들어가자 안심이 되는 듯, 바른 자세로 앉아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밥을 주는 사람이 있는 것으로 보였고 잘 먹고 잘 놀며 크고 있는 것 같았다. 배도 통통하고 털에 윤기도 있고. 나는 어린 고양이를 더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몇 시간 후 부모 두 분과 이모를 모시고 도착한 식당에서 이번엔 나이 든 고양이를 만났다. 아내는 식사를 마치고 음식을 잔뜩 챙겨 고양이에게 먹였다. 얘는 식당에 세들어 사는 고양이답게 잘 먹고 지내는 것 같았다. 가장 맛있는 것만 받아먹고 그 외의 음식은 거절했다.


아내가 준 음식을 조금 먹고 볕이 있는 곳에서 쉬려던 고양이에게 내가 다가갔다. 한참 어루만져주고 엉덩이를 두드려줬더니 고양이는 누워서 뒹굴기도 하고 나에게 장난도 걸었다.



떠날 시간이 되어 이 고양이와도 인사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이 모자라 정신이 없었던 나는 날씨 좋은 가을 볕 아래에 오래 있는 것이 힘들었다. 그래도 고양이 친구들을 만나서 즐거웠던 금요일 오후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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