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13일 목요일
한가로왔다.
약속이 없는 날이었다.
달력을 보면서 오늘이 아니면 따로 시간을 내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자동차의 엔진오일을 교환하고 동네 도서관에 가서 회원등록을 했다. 사진을 준비해갔어야 했다는 것을 미처 몰랐다. 그곳 직원분 컴퓨터에 연결되어 있는, 최소 9년 전 모델로 보이는 로지텍 웹캠으로 사진을 찍어 회원증을 만들게 되었다. 정말 못생긴 남자 얼굴이 그 카드에 박혀 있게 되었다.
자동차의 내부세차를 했다. 세차장에는 못된 인상을 한 중년 여자 한 명이 세차일을 하는 노인들에게 고압적인 언행을 하고 있었다. 하필 듣고 있던 음악이 끝나버려서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었는데도 그 소리를 다 듣고 말았다. 더위 속에서 땀을 줄줄 흘리던 노인들은 성가시고 귀찮은 표정조차 없었다. 가능한 요구하는 것을 어서 해주고 돌려보내고 싶어했던 것 같았다.
그 여자와 같은 인생은 편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스스로가 많이 아픈줄을 모르고 숨 쉬며 살고 있다니, 어쩌면 괜찮은 삶이다.
근처에는 나무에 가는 끈으로 묶여있는 의자가 있었다. 아마도 일하는 노인들이 가끔 앉아 쉬는 곳인 것 같았다. 나는 그곳에 앉아 더운 바람을 쐬었다. 모처럼 한가로왔던 오후였다. 이어폰은 가방 안에 넣어두고 잠시 더 앉아 있었다. 지나는 자동차들의 소음과 가끔씩 빼액 하고 비명처럼 노래하는 새소리들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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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12일 수요일
2017년 7월 11일 화요일
농활.
볕이 뜨겁다.
오후에 서둘러 일을 하면 해가 지기 전에 집에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림도 없다.
올 여름에 나와 아내는 일주일에 하루, 이틀씩 시골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물 한 말에 살충제 한 뚜껑, 무슨 첨가제 반 뚜껑이라고 하는 식으로 섞어 농약도 뿌리고 심어 놓은 나무와 농작물들 사이에서 일을 한다. 역시 어줍잖고, 어림도 없다.
아내는 나보다 농촌생활에 훨씬 적응력이 높다. 많은 풀과 꽃의 이름들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 신기했다.
사실은 부모님 두 분을 위한 노력봉사로 시작했던 일이었다. 힘들다. 그날 하루를 전부 소모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무엇보다 손가락의 통증이 낫지 않아서 밭일을 마친 후 다음날에는 악기연습을 처음부터 천천히 다시 해본다.
이 날엔 가족들과 점심으로 두부와 묵밥을 먹었다.
조용한 산 밑에서 새들의 소리를 듣는 것이 좋았다.
낮에 햇빛이 내리쬘 때엔 현기증을 느꼈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그만 축 늘어져 몇 시간 동안 잠을 잘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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