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0일 월요일

Richard Bona - Bonafied


오늘 세상의 일을 잠시 잊게 해줄만한 좋은 것은 Richard Bona의 새 앨범, Bonafied 이다.

첫 곡을 들었을 때에 Scenes From My Life (리차드 보나의 첫 앨범) 가 연상되었었다. 같은 분위기의 음악은 아닌데 그런 느낌을 받았다.

얼마 전의 마커스 밀러 앨범처럼 신디사이저가 없다. 기타의 멜로디와 리듬 위에 봄날의 꽃밭처럼 스피커로 가득 피어 나오는 리차드 보나의 더빙된 목소리의 하모니가 계속된다.

이 음악인에게 어떤 악기의 연주자라는 것은 아주 작은 의미인 것임에 틀림 없다. 이 음반은 베이시스트의 앨범이거나 재즈 뮤지션, 혹은 아프리칸 예술가의 음악이라기 보다는... 음악 그 자체인 사람의 음악 그 자체인 음반인 것 같다. 무슨 악기를 손에 쥐고 있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 그가 인터뷰에서 가끔씩 이야기 해왔던 것을 음반으로 만들어, '여기 있어. 자, 들어봐' 하고 내밀어주고 있는 것 같은 기분.

리차드 보나의 새 음반은 어쿠스틱 앨범이 되었다.

아직 발매된지 얼마 되지 않아 해외의 리뷰 기사는 찾을 수 없었다. 일찍 발매된 프랑스의 아이튠즈 차트에서는 이미 1위를 했고, 프랑스에서의 인터뷰 기사가 한 개 있었다.

( http://www.rfimusique.com/actu-musique/musiques-monde/album/20130514-richard-bona-bonafied%20 )




그는 '첫 번째 레코드를 만들었을 때의 방법으로 돌아가 어쿠스틱 앨범을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하고 있다.

밴드의 멤버들을 쿠바 출신의 뮤지션들로 구성하고 어쿠스틱 기타와 어쿠스틱 피아노, 아코디언과 현악기들과 타악기들을 쓰고 있다.

최근 유튜브에서 구경할 수 있었던 그의 공연에서도 늘 함께 하던 키보디스트 에티앙 새즈윅은 보이지 않고 (앨범에는 참여하고 있다) 무대 위에 그랜드 피아노만 있었다. 좋지 않은 유튜브의 음질을 애써 귀기울여 들어보았었다. 그의 곡 리스트의 음악들이 새로운 악기 편성으로 펼쳐지고 있는데, 모든 것이 자연스러웠다. 최근의 관악기 편성은 트럼펫과 트럼본.


'매일 음악을 쓰고 있기 때문에 음반을 만드는 것에 대한 압박은 느끼지 않는다. 매일 노래를 녹음해보고 있고, 이것은 나의 종교이고 내 규칙이고, 내 지식이고... 나의 Bonatologie (그의 홈페이지 이름이었다)이다.'


리차드 보나는 이 음반에서 노래를 하고 기타, 베이스, 드럼, 벨라폰을 연주하고 있다.

지나치게 어떤 음악가를 좋아하게 되면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음악을 평가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내가 듣고 좋다고 하여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섣불리 추천하기가 망설여질 때도 있다. 하지만 냉정할 수는 없어도 공정하게는 말할 수 있는 것이니까... 이 음반은 매우 사랑스럽다. 시간 도둑이다. 53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

일주일만에 또 시청 앞에.


찬장 안에 비빔면 한 개가 남아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던 때문에 새벽에 그것을 몰래 만들어 맛있게 먹고 밤을 꼬박 새웠다.
늦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가뜩이나 살 많은 얼굴이 동글 동글해져버렸다.
늦은 밥을 먹고 아내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서울시청 앞을 다시 방문했다.
시청 앞 거리에 꽃처럼 주렁 주렁 달려있는 노란 풍선들을 보았다.


비도 내렸고 흐린 날씨여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날에 시간이 나는 날도 좀처럼 없으니까, 서둘러 채비를 하고 그곳으로 찾아갔다. 내가 갔을 때엔 이미 광장 안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파가 가득했다. 날이 저물면서 계속 늘어난 사람들, 광장 밖 까지 까치발을 하며 모여들던 사람들을 보았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뉴스를 읽었는데 경찰 추산 겨우 삼천 명이었단다. 참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추산하는구나. 애썼다, '추산' 담당 경찰 직원.



.

2013년 5월 19일 일요일

흐린 하늘.


원래는 오늘도 쉬는 날이었지만 학생들끼리 밴드 경연대회를 준비하고 있다며 합주하는 것을 보아달라고 연락을 해왔었다.

흐린 하늘을 살펴보고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자전거를 타고 중학교에 갔다.

학교의 지원도 전혀 없고 다른 누군가의 도움도 없이 자신들의 힘으로 뭔가를 해보겠다는 친구들이 그런 부탁을 할 때에는, 가야지.

자물쇠가 부실하여 부득이 교실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그들이 연습했던 것을 보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마치 트랙이 엉키고 섞여서 못쓰게 된 녹음 파일을 듣는 것 같았다. 하지만 금세 말을 알아듣고 진지하게 뭔가를 해보려하는 모습들.

몇 마디의 조언을 했을 뿐인데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들어줄만한 음악이 되어버리는 것을 보는 일은 즐겁다. 준비하고 있는 경연대회의 결과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스스로의 의지로 무엇인가를 해보았다는 것은 앞으로의 성장에 작은 힘이 될 것 같다. 무엇인가를 스스로 해보지 않은 사람과의 간격은 정확히 해본만큼 벌어진다고 생각한다. 응원을 하고 돌아왔다.


볼일을 다 마쳤으면 귀가를 해야 했을텐데, 일기예보와 달리 아직 비는 내릴 것 같지 않았다. 오후 늦게라도 비가 오면 오늘은 도로에 더 나갈 일이 없을 것을 알았다.

연휴에 집에서 각종 기계들을 켜둔 채로 시간을 보내고 있을 사람을 떠올리고는 전화를 걸어 만나러 가겠다고 했다.


영동대교 남단 부근.
집에서 이곳 까지 22km. 구리를 관통하여 돌아오는 바람에 한 시간 이십 분.
친구집 근처의 빵집 문앞에 앉아 빵과 커피로 첫 끼를 해결했다.
몇 달 동안 서로 지내온 이야기, 다른 친구들 이야기, 뭐 별로 이야기한 것도 없는데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다시 출발하여 집에 올 때에는 남쪽의 길로만 달렸다. 그래보았자 겨우 1km 정도 단축. 그러나 시간은 50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번 주에는 공연을 위해 대구에 다녀온 목요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자전거를 탔다. 연휴 덕분에 잘 보낸 한 주일이었다.


.

2013년 5월 18일 토요일

아내와 자전거를.


나는 틈만 나면 자전거를 탈 구실을 찾고 있다.
이번 주에는 실속있게 보낸 편이다.

국립묘지 근처에 아내의 친구가 살고 있는데, '우리 거기까지 가서 커피 한 잔 얻어 마시고 돌아오면 어때'라는 매우 설득력 있는 말로 아내를 꼬여내어 자전거를 타고 출발했다. 집에서 부터 약 29km. 왕복 60km 정도를 잘도 따라오는 이 여자, 조금 무서웠다. 평소에 운동도 안하고 자전거도 잘 타지 않는데도 뭔가 이 정도는 거뜬하다는 표정이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갈 때엔 강북의 도로로, 돌아올 때엔 남쪽의 도로로 달렸다. 돌아오는 길에 배가 많이 고팠는데 잠시 쉴 때에 전화를 확인했더니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내 동생이 보낸, '저녁에 막국수를 먹으러 가자'라는 문자메세지.

갑자기 두 배로 배가 고파 조금 더 힘주어 달려 동네에 돌아와서 전화를 했더니... 조카들의 반대로 저녁식사는 취소되었다. 뭐 그 덕분에 아내와 자전거를 타고 근처의 상점에 들러 간단히 장을 보아 집에 왔다.

다음에는 어디에 사는 누구를 만나러 가자고 꼬여내면 좋을지 궁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