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18일 토요일

대구에 다녀왔다.


목요일 아침 여섯 시, 서울역.
집에서 다섯 시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지하철로 갈아타며 도착했다.

바람 불고 서늘한 기운에 사람이 없는 아침 공기가 스산했다.

전 날 밤에 잠을 충분히 못자서 몽롱한 상태로 십 킬로그램 무게 정도인 악기를 들고 가방 한 개를 더 들고 시내에 나왔더니 어릴적 생각이 났다. 언제나 악기를 어깨에 둘러메고 시내를 걸어다녔었다. 악기와 케이블, 두어 개의 이펙터에 악보들이 함께 들어가면 무게가 제법 나갔었는데, 덕분에 한 쪽 어깨에는 항상 붉게 상처가 나있었다.

이른 아침, 기차시간 때문인지 바삐 움직이는 사람도 보이고 걸인 몇 분은 웅크려진 어깨를 펴지도 못한채 담배를 구하고 있었다. 사람 없는 광장에는 비둘기 한 마리가 내려 앉더니 부리로 제 발을 콕콕 쪼아대고 있었다.

대구의 공연장소에 아홉 시가 다 되어 도착, 곧 이어 리허설, 점심을 먹고 한 시에 공연 시작. 대략 이런 분위기였던 무대와 객석이었다.



세 시에 출발… 네 시 조금 넘어서 다시 서울행, 다섯 시에 서울역에 다시 도착, 집까지 한 시간 반 걸려 돌아왔다.

기차에서 자고, 공연 직전까지 대기실에서 졸고 다시 서울행 기차에서 또 자고 났더니 집에 와서는 정신이 들어 뭔가 다시 하루를 시작해도 좋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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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보내기.


전혀 계획성 없이 살고 있는 것에 최적화된 나는, 하루를 허비하려면 아예 드러누워 무위를 행하던가 아니면 1분 단위로 쥐어 짜내어 다 써버리기로 했었다. 결과적으로는 그냥 계획성 없이 매일 사는 것이지만.

왜냐면 언제나 여러가지 변수가 있으니까. 대개 변명과 구실을 창의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그 변수의 대부분인거다.

일주일을 조금 힘들게 보낸 탓인지 아침에 눈을 뜨고 창 밖으로 한없이 밀리는 자동차들을 보다가 이내 다시 잠들어버렸다.

그러다 정오에 다시 일어나 마치 약속이라도 있는 사람 처럼 또 자전거를 끌고 나왔다.

이십 년 만에 만난 옛 친구. 동창생. 그리고 지금은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이웃이 되어있는 친구를 비로소 만났다. 그동안 연락만 주고 받다가, 마침 서로 시간이 있었던 덕분에 사내들이 커피집 야외 테이블에 앉았는데 그만 두어 시간을 계속 떠들어댔다. 옆 테이블의 아줌마들이 오히려 조용하셨었다.


친구와 헤어져 다시 반대 방향으로 다리를 건너 미사리로 갔다.
겨울에 새로 공사를 하여 더 예뻐진 이 곳은 자전거를 세워둘 곳도 많고, 무엇보다 도난의 염려도 없다. 잠시 후 (조금도 힘들어하는 얼굴이 아닌) 재근형님이 도착, 나는 시원한 커피를 (또) 마셨다.

몇 시간 전 옛 친구와 수다를 떨었던 탓인지 배가 많이 고파서 하남 입구에 있는 비빔국수집에 들렀다.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이 되어서야 집으로 출발했다.


어두워진 길을 오랜만에 달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는 어마어마한 날벌레들의 비를 맞았다.
하품이라도 했다면 벌레들을 잔뜩 삼킬 뻔 했다.
부처님이 오셨던 덕으로 즐길 수 있었던 귀한 하루였다.
자전거 길에서 잠깐 멈춰선 어린이들에게 냅다 소리를 질러대던 배 튀어나온 아저씨들 무리들에게도, 전화기를 들여다 보느라 산책을 핑계로 데리고 나온 개가 둑 아래로 떨어진 줄도 모르고 걷던 마스크 쓴 여자분에게도, 비빔국수집에서 음식 값을 낼 때에 굳이 식당 아주머니에게 '내가 목사인데...' 하던 분에게도, 모두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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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7일 금요일

음악 듣는 고양이.


순이가 음악을 들으며 자고 있었다.

이 고양이는 피아노 소리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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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5일 수요일

봄맞이 목욕을 한 고양이.


낮에 아내가 집에 있는 고양이들을 전부 씻겼다고 했다.
꽤 큰 노동이었을 것이다... 따뜻하고 폭신한 베게를 두어 개 만들만한 털들이 모아졌다.

밤 공기는 시원하고 몸은 몇 달 만에 개운할테니 고양이들이 모두 좋아하는 자리를 차지하고는 그르릉 거리며 잠을 잔다.

내가 틀어둔 음악소리가 거슬리지도 않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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