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14일 화요일

못 만드는 장면이 있지.






<산울림 매니아> 카페에서 어제의 공연 영상을 봤다.
잊고 있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러니까, 저 영상의 장면은 우리가 예정되었던 세 곡을 연주하고 난 후에, 즉흥적으로 한 곡 더 연주했던 공연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그 공간에 있던 사람들 모두 좋아하며 즐기고 있던 평화로운 음악 공연 장면이었는데.
시장님이 함께 일어서서 공연을 즐기다가 급기야 누군가와 춤을 추기 시작하면서 카메라를 들고 있던 기자들이 하이에나 처럼 달려들어 둥글게 원을 만들어 포위하는 광경을... 나는 연주하면서 구경하고 있었다.
우선 서울시장님의 잘못은 조금도 없다. 그분을 두둔하거나 없는 이야기를 지어 칭찬하려는 것이 아니고, 수도 서울의 시장님 정도나 되시는 분이 공연 시작 전 부터 관객과 어린이들 틈에 섞인채 무슨 기둥 곁에였던가에서 그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구경하고 있었던 거였다. 리더님이 두리번거리다가 발견하고는 마이크를 통해 '여기 시장님도 와계시네요.'라고 굳이 인사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여러 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각종 단체의 '장'들은 그렇게 하는 법이 없었다. 입 아프게 나열해보지 않더라도, 예를 들자면 자리를 선점해놓은 주제에 제 시간에 입장도 하지 않아 객석 맨 앞줄의 한 가운데 자리가 공연 중간 까지 이빨이 빠진 것 처럼 흉하게 비워져 있다거나, 뒤늦게 허리 꼿꼿하게 들고 무대 앞을 가로 질러 들어와서는 천진하게 즐기며 놀던 어린이들을 객석 뒤로 쫓아내어 버린다거나 하던 군수, 시장, 청장, 그리고 또 무슨 무슨 장들을 참 많이 보아왔었다.
공연 중간에 멋대로 마이크를 빼앗아 일장연설 훈화를 늘어놓던 진상 '장'님들은 뭐 말할 것 있겠나.
그러므로, 잊고 있던 이야기는 뭐냐하면 그냥 문화수준이다.
거의 모든 공연에서 가장 세련된 사람들은 언제나 관객이었지, 행사의 주최자라던가 단체의 장이라던가 목 뻣뻣한 자칭 예술인들이 아니었었다.
언론 종사자들은... 그들이라고 뭐 설마 바빠서 음악을 듣거나 연극을 볼 시간이 없었던 젊은 날을 보냈을 리가 있을까. 소위 데스크에서 원하는 그림과 글들이 천박하다 보니, 본인의 감각이라든가 취향 따위를 생각할 수 없게 된 것이었겠지.
그것은 사실은 꽤 불쌍한 건데, 그냥 그렇다는 것일 뿐 요즘은 그런 것 따위는 내가 알 바도 아닌거겠지 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이런 그림은 우리나라에서는 만들어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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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3일 월요일

'시민청'에 가봤다.


서울시청 옆에 새로 지어졌던 기이한 건물 - 신청사라고 불리우는 곳에 처음 가보았다. '시민청'이라고 이름이 적혀 있었다.

아이들에게 밥은 못먹이겠다며 둥둥섬을 띄우고 광고비나 쓰던 전임 시장이 우스꽝스러운 짓을 해놓았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외양은 우스꽝스럽지만) 그것을 사용하고 운영하는 사람들에 따라 뭔가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

일요일 오후에 활기 넘치는 공간이 서울 한 복판에 있었군. 무슨 쇼핑몰도 아니고 음식점이 즐비한 곳도 아닌데. 어린이들도 많았고 실내는 쾌적했다.

리허설할 때에 사운드도 좋았다. 프리사운드의 악기들도 훌륭했지만 공간이 특별했던 듯. 듣기 싫은 잔향이 없었다.

공연 시간이 짧았던 것이 조금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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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저녁.


낮에 공연분량이 짧았다. 그래서 일찍 끝난 것 덕분에 시간이 생겼다.
집에 돌아와 얼른 옷을 갈아입고 자전거를 둘러 메듯 끌며 나갔다.
이미 해가 질 무렵이어서 멀리 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달리는 도중에 더 갈까 그만 돌아갈까 몇번 망설이기도 했다.

작년 초 여름에 투박한 자전거를 구입했을 때에 겨우 동네 한 바퀴를 돌고 나면 이 곳에 와서 숨을 고르며 쉬고는 했었다. 거의 일 년 만에 와보니 이곳은 무척 따분한 장소였다. 해가 지는 것을 아쉬워 하며 물통을 비우고 앉아 있었다.

지난 해 이후 새로 배운 것이 있다면, 전쟁터 같다고 말하는 우리 사회의 일상 속에서도 평화로운 순간이란 다 찾아내어지기 마련이라는 것 정도일까.

해는 지고 있는데 못내 아쉬워 동네를 멀리 한 바퀴 돌았다. 전화 벨 소리에 꽃 곁에 잠깐 서서 통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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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2일 일요일

재활은 마무리일지도 모르겠다.


내일의 날씨도 좋다고 들었지만 내일은 공연이 있어서 시간을 내지 못할 것이었다. 좀처럼 나가기 싫어하고 있던 아내를 또 채근하여 등을 밀며 출발했다.

자주 들르고 있는 냉면집에서 첫 끼 식사를 하고 반대방향으로 달려 능내역에 도착했다. 사람이 너무 많고 어지러워 앉아서 쉴 곳도 없었다.

다시 되돌아오다가 다리 아래에서 아내는 먼저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다리를 건너 미리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던 재근형과 만났다. 너무 오래 기다리시게 했기 때문에 조금 무리해서 달렸다. 도착 후 몇 분 동안은 헥헥거리는 소리로 인사를 대신했다.


집에 돌아와 트랙킹 프로그램으로 살펴보니 그래봤자 모두 합쳐서 삼십 킬로미터를 조금 넘기는 정도의 거리였다.

일찍 일어나 오전에 중학교의 수업을 마치고 오후엔 계속 자전거 타기로 토요일을 보냈다. 허리의 통증이 많이 사라졌고 작년에 문제가 많던 무릎의 통증은 없어졌다. 오늘은 업힐도 힘겹지 않았고 오히려 자주 속력을 줄이며 아직은 재활인거지...라고 생각하고 자제했다.
이것으로 재활은 마무리였으면 좋겠다.
한숨 잤으면 좋겠다는 유혹을 간신히 이기고, 커피를 만들며 컴퓨터 앞에 앉았다. 아무쪼록 생산적인 시간을 보내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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