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1일 목요일

Hollywood Bowl

공연 리허설을 마친 후 관객이 입장하기 몇 분 전, 멤버들과 함께 객석의 꼭대기까지 걸어 올라가보았다.
어느 노인이 노란 옷을 입은 스탭들로 보이는 사람들을 인솔하며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그가 나를 보며 숨가쁜 목소리로 인사를 해줬다. '오랫동안 아주 많은 음악인들을 여기에서 보셨겠군요'라고 물었더니, 잠시 뒤돌아 함께 무대를 내려다보며 얘기를 해줬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을 보았고 많은 음악들을 들었지. 젊을 때의 내 첫번째 일거리는 이 꼭대기에서 무대로 돌진하는 녀석들을 막는 일이었다네... '
웃음소리는 내지 않았지만 노인의 얼굴에 주름이 더 많이 잡히면서 두 눈은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노인과 마주 보며 나도 따라 웃었다. 그의 추억 속엔 관객석의 의자들만큼 많은 이야기들이 가득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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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가득했다.


어릴 적에, 친구와 약속을 할 때에 자주 음반가게에서 만나기로 하곤 했었다.
명동의 어느 곳, 서대문의 거기, 대학로의 그곳이라는 식으로 약속을 하고 그 장소에 도착을 하게 되면, 어느 쪽이든 서두를 것 없는 처지였으므로 자리에 뭉개고 앉아 음반을 골랐었다. 돈이 없었으니 가게를 나올 때에 손에 집어든 것은 언제나 한 두 장 뿐이었다고 해도.
음악들이 빼곡하게 꽂혀있는 진열대 앞에서, 걸음을 재촉해야하는 여행객의 심정은 금방이라도 울것만 같았다.
이제 내 나라에서는 없어져버린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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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20일 수요일

멍하니 있기.


하루의 대부분은 쫒기는 시간이거나 기다리는 시간이 전부이다.
그리고 내 걸음걸이는 세상의 속도와 항상 다르다.
어쩌면 하루의 대부분은 멍하니 그대로 있는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자동차로 가득 차있는 도로 위에서 시간에 쫒길 때에나 낯선 도시의 커피집에 앉아 공연시간을 기다릴 때에나간에, 그저 멍하니 있기.
꿈꾸고 읽고 쓰고 냄새 맡으며 살아야할텐데 그저 먹고 마시고 피워대고 쫒겨다니며 지내는 것 같다. 그리고 가는 비에 옷이 젖는듯, 늙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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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17일 일요일

악기 구경


정말 마음에 드는 악기는 발견하지 못했었다. 그렇지만 집어들었던 악기들은 대부분 소리가 좋았다. 기분 탓인지 테스트용 앰프 덕분이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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