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3일 토요일

연말공연.


아프다고 엄살을 피우긴 했다.
그래도 공연은 완전히 소진할 때까지 해주는 것이 기분 좋은거라고, 세 시간은 넘게 쉬지 않고 연주해야 무엇을 한 것 같지 않을까요, 라며 허세를 부려봤다.

세 시간은 커녕 중간에 조금이라도 쉴 수 있었어서 겨우 목숨을 건졌다.
피로감과 허기로 끝 무렵엔 무대바닥에 앉아서 하고 싶었을 정도였다.
꼭 운동하고 체력을 더 키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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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2일 금요일

불빛 아래에서.


새해 첫날의 밤에, 사이좋은 고양이 순이와 꼼은 전등 아래에 앉아 한참을 그르릉거리고 있었다. 눈이 부실텐데 서로 지긋이 눈을 감고 왜 저러고 있는지 궁금하여 나도 한번 얘들을 따라해보았다.
어쩐지 전등불 아래의 스피커에만 먼지가 없더라니... 고양이들이 새로 재미를 붙인 여가활동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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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1일 목요일

대답을 못했다.

해가 지났다.

행복이 어쩌구 하면서 음반을 만들고 인터뷰를 하며 말을 했었다..
공연중에는 마이크에 대고 객쩍은 이야기를 하기도 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야 좋았다고, 후회했었다.
마지막 날의 공연이 끝나고 나서 어떤 이들이 방송사의 카메라를 들이밀며 '지금 행복한가'라고 질문을 해왔다.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할'의 모습처럼, 내 코 앞에 시커먼 눈깔을 희번득거리며 대답을 종용하는 카메라 렌즈를 들여다 보는데, 마치 술이 깨듯, 외면하고 있던 것들이 떠올랐다.

그래서 나는 차마 행복하다느니 어쩌느니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꿈, 희망, 행복, 아름다움, 희열의 단어들을 늘어놓을 수 있으려면 지독하게 무던해지던가 철저하게 이기적이 되던가 해야 하는 것인줄 알았었다.

그런 것일지도, 혹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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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25일 목요일

노래.


지난 한 주 동안은 녹음과 공연들 덕분에 어지럽게 밀려있던 레슨들을 보충하느라 바빴다.
몇 시간 전에 잠을 자다가 내 잠꼬대 소리에 내가 깨어버리고 말았다. 일주일 내내 약장수처럼 레슨을 하다가 보니, 꿈속에서도 누군가를 가르치고 있었다. '옥타브를 동시에 눌러봐'라고 내가 소리내어 말하고는, 깜짝 놀라서 잠을 깨어버리고 말았다. 어휴.

언제나 불면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이 대부분이었다. 요즘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서 비교적 잘 자는 편이 되었다. 여전히 밀린 잠을 몰아서 자버리는 날도 있기는 하지만 예전의 것과 비교하면 행복한 수면생활을 하고 있다. 다만, 자꾸 잠결에 노래가 들려서 깊이 잠들지 못한다. 악기소리와 겨우 싸워 이겨서 잠에 빠지고 나면 꿈결인지 뭔지 모르겠으나 자주 노래가 들린다. 무슨 노래들인지도 모르겠고... 노래를 부르다가 놀라서 깨어나거나, 음악 이야기의 통화내용을 큰 소리로 말해버리다가 벌떡 일어나 잠꼬대를 멈추는 일이 점점 잦다.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고역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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