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3월 30일 목요일
오르골과 남자와 개.
거리에서 오르골 남자와 개를 보고 나는 혼잣말로, '개를 이용해 장사를 하는 모양이네.'라고 했다.
곁에서 걷고 있던 김혜란 님이 바로 잡아줬다. 그들은 개를 정말 친구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냥 일상을 함께 하고 있는 것 뿐이라고 설명해줬다.
나는 부끄러웠다. 우리들의 대화를 듣지 못했겠지만 남자와 개에게 사과를 했다.
오르골을 들려주는 남자의 표정은 평화로왔고, 붉은 옷을 입은 개는 관광객들이 인사를 하고 쓰다듬어주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개와 남자는 오후 내내 저렇게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이 평화로왔다.
나는 내 고양이가 무척 보고싶어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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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닢
시내 곳곳에 고양이 캐릭터의 컵, 인형, 방석, 장난감, 문구류들이 가득 있었다.
함께 걸었던 사람들은 내가 고양이에 관련된 물건들을 잘 발견했던 것으로 알았겠지만, 사실은 너무 흔하게 볼 수 있었다. 특히 샴 고양이 캐릭터들이 유독 많이 있었다. 나는 매일 내 고양이 순이를 보고싶어 했다.
아침에 숙소 옆의 상점들을 구경하며 걷던 중에 개와 고양이 먹이를 파는 집 앞에 캣닢 보따리가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아주 큰 봉지에 가득 담겨 있었다.
나는 순이가 저것을 다리 사이에 끼우고 뒹굴며 좋아할 상상을 했다.
그런데 나는 저것을 사오지 못했다.
내일은 순이에게 캣닢을 꼭 사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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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날았다.
공연을 마친 다음 날부터 시내를 놀러다니리라 벼르고 있었다. 그런데 비가 내렸다.
떠나오기 전에 인터넷으로 확인했던 일기예보가 제법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 다음 날에는 비가 개이고 날씨가 더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나는 얇은 옷을 입고 길을 나섰다. 그런데 그날 하루 종일 부슬비가 내렸고, 바람은 많이 불었다.
감기에 걸리지 않으려고 땀나게 걸어다녔다.
프라하를 떠나오는 날 아침에 올해 들어 제일 상쾌했을 것 같은 하늘과 밝은 햇빛이 시내에 쏟아졌다.
그날 정오 즈음, 구시가 광장쪽 까를 다리에서 프라하성 쪽을 바라보며 이 사진을 찍었다.
새가 날고 있는 것을 보고 셔터를 눌렀는데 정말 찍혀있었다.
사진에 보이지 않는 왼쪽에서는 한 커플이 10여분간 키스를 하고 있었다.
상쾌한 오전의 구시가 광장쪽 까를교 입구에 서있던 것이 기억에 오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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