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출발하여 큼직한 컵으로 커피를 사고 주유소에 들러 연료를 가득 채웠다. 대구 수성아트피아 대극장에 도착하여 무대 반입구를 찾느라 크게 한 바퀴를 돌았다. 이 극장에 16년만에 다시 와보았다. 더 자주 갔던 것처럼 기억하고 있었는데 기록을 확인해보니 아양아트센터와 혼동을 했던 것 같다.
한번도 쉬지 않고 달려왔기 때문에 악기를 설치해놓고 화장실부터 다녀왔다. 오늘은 내 오래된 펜더 재즈 베이스를 썼다. 올해의 마지막 일정이니까 뭔가 더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일 년이 금세 지나가버렸다. 리허설을 한 다음엔 차에 가서 짧은 잠을 청했다. 꿈까지 꾸었는데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깨어보니 고작 이십 여분 졸았던 게 전부였다.일곱 시간 사십 분 운전했다. 셜리 혼의 노래를 듣고 있었는데 내가 타고 있는 버스가 자꾸만 좌우로 흔들리는 기분이 들었다. 아뿔싸, 내가 꿈을 꾸었던 것이었다. 졸았구나,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들어서 졸음쉼터에 차를 세우고 내려 십여분 바람을 쐬었다. 차고 습한 공기가 코 안에 가득 들어왔다.
집에 돌아와 더운물로 씻고 책상 앞에 앉아서, 어찌어찌 한 해를 잘 마무리했구나, 라고 말했다. 자기에게 했던 말이 아니었는데 옆에서 고양이 깜이가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었다.

